한 달에 8.99달러(약 9700원)로 무제한 책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요즘 온라인에서 인기다.
이용자는 100개 이상 국가에 퍼져있다. 한달 이용자만 8000만명에 이른다. 서비스 이용 가능한 책과 문서도 4000만건에 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 세계 최대 디지털도서관 `스크리브드(Scribd)`. 지난 2007년 3월 설립된 스크리브드는 트립 애들러와 제러드 프리드먼, 타른 번스템 등 세 사람이 주축이 돼 만든 사이트다. 도서와 문서, 사진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다. 스크리브드의 문서 뷰어 아이페이퍼 플래시는 인터넷 사이트에 정보 형식을 바꿔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아마존 킨들 등 도서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당초 이 사이트의 목적인 개방과 공유를 그대로 실현한 셈이다 .
스크리브드는 공유 저작물을 활용한 사례로 출판계 지도 마저 바꿔놓았다.
◇출판업계 새 사업 모델 제시
스크리브드가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누구나 편리하게 책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질적인 출판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 무료 또는 적은 돈으로 책을 볼 수 있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다.
그간 출판사와 저작권에 메여 책을 내던 관행을 깬 것이다. 누구나 스크리브드에 올린 글은 독자가 원하는 형식으로 바꿔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스크리브드가 저작권 침해를 모른 채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원하면 저작권 침해 여부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제휴해 이 회사 책도 서비스하고 있다.
스크리브드 입장에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출판업계로선 전자책 독자를 확보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문화저작물 활발하게 공유
저작물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일로다.
유로피아나가 대표적이다. 2008년 11월 출범한 유로피아나는 유럽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그림과 텍스트, 음향과 비디오 등 다양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제공한다. 콘텐츠만 1500만건에 이른다.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기회를 자유롭게 부여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유로피아나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 연말께 공유저작물 1200만건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유로피아나는 나아가 올해부터 3년간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보다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 안정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3000만건 콘텐츠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네덜란드가 주축이 돼 만드는 `가상명품 박물관(VCM)`도 저작물 공유의 대표적 사례다. 이 서비스는 세계 박물관들이 서로 연계해 온라인으로 자체 소장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세계 116개 국립박물관이 참여했다. 다만 서비스 초기 단계로 콘텐츠가 아시아 유물에 한정되고 공개 수량도 많지 않아 적극적인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누리, 공유저작물 이용 확산 앞장
우리 정부는 공공저작물을 민간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적극적이다. 임병대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장은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에서 생산·관리하는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누리 데이터를 확충 중”이라며 “이를 발판 으로 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사업화 또는 창작의 기초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