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규모로 형성된 구내통신 시장을 놓고 통신사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올해부터 구내통신 시장에도 번호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가입자를 잃지 않으려는 통신사가 통신사를 바꾸려는 자사의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소송 결과가 구내통신 번호이동 경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디오트 쇼핑몰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KT 관계자는 “KT가 계속해서 디오트 쇼핑몰의 구내통신 사업자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점을 법적 공방을 통해 입증하기 위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은 앞선 지난 6월 2006년 준공 당시부터 사용하던 KT 구내통신 대신 LG유플러스를 새 사업자로 선정하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번호이동 허가·인증 절차까지 마쳤다. 하지만 관리단과 LG유플러스가 KT에 `철수` 통보를 하자 KT는 불응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KT는 2006년 완공 당시 운영 권한을 가졌던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계약이 쇼핑몰에도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KT 관계자는 “쌍용건설과 6년짜리 계약을 맺을 당시, 양측이 아무런 요청이 없으면 자동 연장하도록 했다”며 “관리단에게도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당시 쌍용건설과 6년 기간으로 구내통신 서비스를 계약했다.
반면에 쇼핑몰과 LG유플러스는 어불성설이라며 맞섰다. LG유플러스 측은 “KT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사업철수를 하지 않고 있다”며 “LG유플러스가 6월부터 적법한 사업자인만큼, KT의 버티기로 회선이 가동되지 않은 기간동안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자인 상인운영위원회 관계자도 “KT가 계약기간 동안 한 번도 요금혜택을 주지 않아 입주상인들 대부분이 교체를 원하는 상황”이라며 “KT가 철수하지 않으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의 구내통신 회선 수는 1700여개로, 연간 발생하는 매출은 3억6000만원 안팎이다. 구내통신은 흔히 `내선`이라 부르는 빌딩 내에서 입주자들이 사용하는 유선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시장은 한국통신시절부터 이어져 온 유선시장 강자 KT가 8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가 구내통신 시장에도 번호이동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면서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통신사를 바꾸려면 사용자의 번호가 변경돼 영업에 차질을 초래하기 때문에 극히 꺼렸지만, 올해부터 쓰던 번호 그대로 간단하게 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다.
이에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KT와 KT의 가입자를 빼앗아오려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후발주자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 빌딩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기려고 하면 기존 통신사가 `무조건 더 싸게 해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KT가 가입자를 사수하기 위해 소송을 걸거나 번호이동 시 필수로 제공해야 하는 `변경 전 사업자 가입확인` 자료 요청에 대해 회신하지 않으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경쟁사 관계자는 “지난 5월 한 백화점의 구내통신을 새로 수주해 기존 통신사인 KT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5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내통신 시장규모
자료:업계 취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