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년 6개월 만에 기업 가치 고공 행진...모기업 SK텔레콤 넘어섰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K그룹 편입 전후 SK하이닉스 주요 실적 지표

지난 2011년 말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발표했을 때 시장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이동통신 사업이 주력인 SK텔레콤과 반도체회사인 하이닉스 간 시너지 효과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이닉스가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형적인 승자 독식 산업으로 발 빠른 연구개발(R&D)과 대규모 양산 투자가 필요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반도체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하이닉스가 발 빠른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 1년 6개월 만에 기업 가치 고공 행진...모기업 SK텔레콤 넘어섰다

그러나 불과 1년 6개월 만에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적자 덩어리 회사였던 SK하이닉스는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모기업 SK텔레콤의 기업가치도 훌쩍 넘어섰다. 이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는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2조6909억원을 기록했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전 15조9000억원에 비해 42.7% 늘었다. 올 3분기 4조840억원 매출을 기록해 처음으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1년 4분기 2조5530억원보다 58.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3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29%를 넘어섰다. 회사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자산은 늘고 부채는 줄었다. 2011년 말 SK하이닉스의 자산은 17조2380억원에서 현재 20조5370억원으로 19% 늘었고, 같은 기간 부채는 9조3630억원에서 8조2240억원으로 12.1% 줄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14조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6조670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모회사 SK텔레콤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매출을 제외한 대다수 지표에서 자식이 부모를 이미 넘어섰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SK텔레콤은 시가총액 19조963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보다 18.8% 적은 금액이다. 올해 두 회사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 이상 차이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3조37000억원, SK텔레콤이 2조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 호황기로 SK하이닉스 기업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라며 “메모리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