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대장균의 소용

1885년 에셰리키아가 대변에서 처음 분리한 균. 사람 몸이나 동물 몸속에서 살고 있지만 배설물로 퍼지기도 한다. 포도당·젖당·맥아당을 분해해 산과 가스를 생산한다. 열 저항성이 약해 60도에서 20분 정도 가열하면 죽는다. 물이나 토양에는 오랜 기간 살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장균이다. 대부분 대장균은 비병원성이다. 음식에 대장균이 검출됐거나 기준치를 초과했더라도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지는 않는다. O157처럼 병을 일으키는 대장균도 있다. O157은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 중 하나다.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 증식하며 강한 독소를 장에 방출한다. 심한 복통, 구토, 토혈을 동반한 설사 등의 원인이 된다.

과연 대장균은 우리에게 유익한 균일까. 해로운 균일까. 사람 대장에서 산다고 해서 대장균으로 이름 붙여졌지만 대장균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최근 연구진의 노력으로 대장균의 `다른 활용`도 주목받고 있다.

대장균은 식품 위생 수준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대표적인 위생지표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생지표균은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 세균수, 대장균을 의미한다. 식품별 오염도, 주원료, 제조공정, 보존과 유통환경을 고려해 식품 기준 규격으로 설정됐다.

대장균은 장속에서 살지만 배설물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다. 배설물(분변)오염 지표군으로도 활용되며 살균이나 가열공정이 없는 식품 위생관리 기준으로 활용한다. 대장균이 검출된 식품은 주변 환경 때문에 오염됐다고 판단할 수 있어 살균이나 가열처리가 필요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장균 등 위생지표군 검출로 위해성이 있다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고온 다습한 환경은 세균 증식이 빠르기 때문에 위생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장균을 이용해 에너지원을 만드는 연구도 한창이다. 가솔린과 디젤 등 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4월, BBC와 사이언스데일리 등 외신은 영국 엑시터 대학 연구진이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해 필요할 때 당을 기존 디젤유와 유사한 연료로 전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대장균은 당을 지방으로 바꿔 세포막을 만든다. 연구진은 자연적인 기름 생산 과정을 이용해 인공적인 연료 분자를 생성했다. 식물 기름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은 성능을 위해 석유와 섞어야 할때도 있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성능 면에서 디젤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효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방법으로는 디젤유 차 한스푼 분량을 만들기 위해 대장균 100리터가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이상엽 KAIST 특훈 교수는 지난달 대장균에서 직접 가솔린(휘발유)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개량 효소를 대장균에 넣어 원하는 형태의 화합물을 대량생산하는 대사공학을 이용했다. 대장균 지방산 대사회로가 석유 생산 기지가 된 셈이다.

자연 상태 대장균은 당을 이용해 길이가 긴 형태 탄화수소 화합물(알케인)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가솔린과 성질이 비슷하려면 알케인 형태를 짧게 바꿔야 한다. 이 교수팀은 지방산 길이를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는 개량 효소로 대장균이 만들기 어려운 짧은 길이의 지방산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후 다른 균이나 식물에서 재조합한 효소를 이용해 지방산을 가솔린으로 만들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대장균 배양액 1리터당 가솔린 580㎎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BL21`이라는 대장균을 이용해 페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페놀은 석유화학공정으로 연간 800만톤 이상 생산돼 폴리카보네이트, 에폭시, 제초제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연구팀은 `이상발효 공정`을 이용해 페놀 대장균 독성을 최소화해 생산량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리터당 3.8그램 페놀을 24시간 안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