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일본도 WTO `화평법` 문제제기

미국에 이어 일본도 우리나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겨냥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화평법 하위 법령을 세계 표준에 맞춰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갈수록 거세지는 주요 국가의 우리나라 기술규제 견제에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0~31일(현지시각)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3년 3차 WTO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에서 한국 화평법을 특정무역현안(STC)으로 제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미국은 지난 6월 열린 2차 TBT위원회에 이어 두 차례 연속 화평법을 STC로 올렸다. 2차 회의 이후 우리 정부가 화학사고 예방이라는 규제 배경을 설명하고, 하위 법령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소재부품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 중인 일본도 한국 화평법 견제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일본화학공업협회가 한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피해를 우려해 관계 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과 일본 모두 규제 강화로 인한 업계 부담 가중과 화학물질 등록 시 영업비밀 노출 등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TC는 WTO 회원국이 국가 간 무역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기술 규제를 만든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STC 당사자는 문제를 제기한 국가에 규제 배경과 보완책 등을 회신해야 한다. 다행히 미국과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의견 차가 커지면 WTO 제소로 확대될 수 있다.

환경부는 담당자가 현지 회의에 참석, 외국계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를 통해 법 취지를 살리면서 기업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해외 선진국의 대한국 기술규제 사전 견제에 대응 체계 강화도 시급해졌다. 최근 세계 각국은 기술 규제로 비관세장벽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상대국 기술 규제에는 문제를 제기하며 자국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상반기만 총 6건의 STC가 WTO에 상정됐다.

우리 정부가 지난 9월 뒤늦게 범정부 차원의 비관세장벽 대응 전략을 마련했지만 이행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TBT 대응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부처 간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선진국들은 기술 규제를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활용하되 문제가 될 소지는 최소화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높이는 기술 규제 전략을 보다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