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사임 표명으로 KT 이사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사회는 사임 의사를 밝힌 이 회장의 사표 수리, 퇴임일 결정, 새로운 CEO 선출을 위한 `CEO추천위원회`까지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이 회장 측근이나 정치권 인사로 구성돼 자칫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KT는 4일 “CEO추천위원회는 퇴임일자를 기준으로 2주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이사회가 그동안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몫을 전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 회장과 경복고등학교 동문인 김응한 의장(미시간주립대 교수)을 비롯해 대부분 `이석채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춘호 EBS 이사장은 지난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출신으로 여성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재산 문제로 낙마한 경력이 있다.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역시 방송통신위원회 여당 몫 상임위원 출신으로 최시중 전 위원장 등과 친분이 있는 전 정권 사람이다.
박병원 사외이사(전국은행연합회장)는 이 회장이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할 때 당시 재정경제원 장관 비서실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외 이현락 사외이사(세종대 교수)와 성극제(경희대 교수), 차상균(서울대 교수)은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사내이사인 김일영 코퍼레이션센터장(사장)은 이 회장이 김홍진 사장과 함께 직접 영입한 BT 출신 인사로, 이 회장의 오른팔로 꼽힌다. 표현명 T&C 부문장(사장)은 KTF 출신의 `정통 KT맨`이지만, 이 회장과 사적으로는 고교 선후배 관계다.
구성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단 한번도 이 회장의 경영에 대해 감시·견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 올해만 일곱 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외이사가 없으며, 지배구조·평가보상·경영위원회 등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도 반대의사가 나온 적이 없다.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는 검찰 압수수색으로 이 회장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이사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CEO추천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퇴임 시기가 문제다.
KT 임원 출신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회사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사임을 수리해야 하는 데 지금 이사회는 오로지 이 회장의 의중대로 결정할 것”이라며 “이 회장의 필요에 따라 사임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사임 의지를 내비치고 안으로는 이사회를 통해 대표직을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회사를 검찰 수사 방어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사실상 이사회가 독립적인 의사결정능력이 없어 CEO추천위원회는 요식일 뿐, 결국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하향식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진 지금 이사회는 차기 CEO를 직접 엄선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CEO추천위원회는 형식만 남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