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세종시의 길바닥 공무원

[관망경]세종시의 길바닥 공무원

지난달 말 강창희 국회의장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했다. 대전이 지역구인 그가 세종청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실무진과 함께 세종청사를 둘러본 그는 “직접 방문해 보니 빨리 안정화돼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세종청사는 `행정 비효율`로 여기저기서 지탄 받고 있다. 총리실·기획재정부(기재부) 등 6개 부처가 들어선 지 1년이 됐지만 출입문 등 여기저기를 뜯어고치고 있다. 세종청사 주변에 사는 공무원과 가족은 고(高) 물가 등 여러 생활불편으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요한 회의가 거의 서울에서 열려 국무총리 등 세종부처 고위 공무원의 잦은 서울행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을 자조하는 유행어도 나돈다. 대표적인 것이 `길바닥 공무원`이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느라 하루 온 시간을 소비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낮엔 차관 밤엔 장관`이란 말도 있다. 공무원의 최대 꿈인 장차관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낮에 차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차관((車官)`이고, 밤엔 여관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 `장관(莊官)`이다.

`일주일에 반은 무두절(無頭節)`이란 말도 있다. 실국장이 툭하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업무 긴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기재부가 보고예약제를 실시한 것도 행정 비효율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의도다. 현오석 부총리를 직접 만나 보고하기 어렵게 되자 사전에 예약하고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장관과 실·국장들이 일주일에 3회 이상 서울에 머물다 보니 과장과 사무관들이 대면보고 하기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영상 보고를 독려하고 영상회의실을 만들어 놨지만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을 없애려면 결국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인센티브 등으로 하루빨리 영상보고와 영상회의 문화를 정착시키든지 아니면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와야 한다.

세종=방은주 전국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