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업자 역차별`에 말라가는 토종 앱 장터…T스토어도 앱 거래건수 10% 급감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인 N사는 최근 SK플래닛 측으로부터 `T스토어에도 앱을 올려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T스토어는 SK플래닛이 운영하는 토종 앱 장터다. 구글의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에서 흥행한 것을 보고 자사 장터에도 등록을 요청한 일종의 앱 유치 영업이다. 개발사가 한국 앱 장터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 장터로 직행하자 토종 앱 장터가 자존심까지 구겨가며 애타는 구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로컬(local) 앱 장터`로 주목을 받았던 T스토어를 비롯해 올레마켓·유플러스스토어 등 통신사 앱 장터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밀려 고사 위기에 빠졌다. 국내 장터에만 적용되고 플레이스토어는 비켜가는 각종 규제가 직격탄이 됐다. 앱 유치 영업 등 개발사에 구애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규제 없는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로의 편중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할 당시 5.3건이었던 T스토어의 1인당 월 평균 앱 구매 건수는 9월말 4.8개로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상반기 음원 서비스를 시작해 대폭 증가한 콘텐츠 구매 건수가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앱 판매량은 더 줄어든 셈이다.

등록 앱·콘텐츠 수가 약 5개월 만에 45만건에서 104만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누적거래액은 3000억원에서 4000억원 안팎으로 33% 증가에 그쳤다. 인기가 높아 `내부 결제`로 꾸준히 매출을 내는 이른바 `킬러 앱`의 토종 장터 등록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등록건수 증가는 음원과 같은 일회성 콘텐츠가 늘어난 결과다.

올레마켓·유플러스스토어 등은 앱 판매 비중이 더 심하게 쪼그라들어 거의 콘텐츠 판매로만 유지되는 실정이다. 반면에 플레이스토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초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시장 거래 규모는 통신 3사 앱 장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말에는 통신사 앱 장터 총합보다 3.6배까지 커졌다. 임양수 KT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플레이스토어 성장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 통신사 앱 장터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종 앱 장터가 게임 등 수익성이 높은 앱으로부터 외면 받는 첫 번째 이유로 국내 사업자만 적용받는 차별적 규제가 꼽힌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이 최근 내놓은 `플랫폼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앱 장터만 적용받고 있는 법규가 7개에 달한다. △환불 기간 △등급 분류 및 표기 △위치기반사업 등록·신고 △이용자 보호 조치 △부가가치세 납부 △각종 가이드라인 △전기통신사업법 이행 여부 점검 등이다.

모두 국내 앱 장터에는 적용되는 반면에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신사가 무료로 검수하고 오류 사항을 고지하는 것 역시 `오픈 마켓 상생협력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국내 앱 장터만 적용받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를 악용해 통신사 앱 장터에선 검수만 받고 판매는 플레이스토어에서만 하는 개발사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제의 철폐가 아니라 해외 사업자에도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개발사 한 관계자는 “규제가 까다로운 국내 앱 장터에 비해 훨씬 등록이 수월한 플레이스토어를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플레이스토어의 인기 앱 노출 알고리즘의 합리성과 빠른 업데이트 반영 등 운영 능력을 국내 시장 실적 차이로 꼽기도 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인기 개발사 앱은 플레이스토어와 우리 장터에 동시에 올려주면 안 되느냐고 부탁해야 할 상황”이라며 “미흡하지만 요금제와 연계한 콘텐츠 유통 등으로 새 비즈니스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SK플래닛 T스토어 1인당 월 평균 거래 건수

`국내 사업자 역차별`에 말라가는 토종 앱 장터…T스토어도 앱 거래건수 10% 급감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