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서 열리는 'ICT 올림픽' 겨우 동네 잔치?

ITU 전권회의 반쪽 전락하나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은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세계 선두 국가”라며 “세계가 2014 ITU 전권회의를 통해 한국의 ICT 발전상을 공유하길 바란다”며 각별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슈분석]한국서 열리는 'ICT 올림픽' 겨우 동네 잔치?

[이슈분석]한국서 열리는 'ICT 올림픽' 겨우 동네 잔치?

그는 “2014 ITU 전권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2014 ITU 전권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2014 ITU 전권회의`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고민은 크다.

미래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의 절반 이상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반쪽대회` 전락 가능성도 우려된다. 전권회의 개최로 인한 파급효과도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래부에 투철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역대 최고의 ITU 전권회의를 만들겠다는 미래부의 다짐이 자칫 구호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래부, 294억2000만원 요구 vs 기재부, 142억원 반영

미래부는 ITU 전권회의 예산으로 294억2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2억원을 반영했다. 미래부 요구 대비 48%에 불과한 금액이다.

미래부가 요구한 총 10개 항목 예산 중 6개 항목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4개 항목 예산도 당초 요구액에는 못 미친다.

전액 삭감된 예산은 △ICT 전시회·콘퍼런스 △미래 신기술 체험관 운영 △스마트 한류 △ICT 신기술 시범지구 조성 △의제 개발 및 준비회의 개최 항목이다.

ICT 전시회·콘퍼런스와 미래 신기술 체험관은 중소기업 제품 전시회와 글로벌 바이어 초청 행사, 수출 상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ICT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기 위해 준비된 항목이다.

ICT 신기술 시범지구는 회의장 주변에 기가바이트 통신망과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을 운용하는 미래형 인프라를 위한 것이다.

스마트 한류는 회의 참석자의 주변국 이탈을 막고 부산을 비롯 인근의 관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들 예산이 전액 삭감돼 우리나라의 ICT 기반 창조경제 모델을 세계에 소개하고, 미래 전략 산업의 핵심인 ICT 산업의 면모를 알리기 위한 시도 자체가 어렵게 됐다.

자칫 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초대형 행사를 유치하고도 예산 부족으로 유명무실한 행사가 될 수 있다.

정상적 행사 차질은 물론이고 망신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분 삭감된 예산 항목 중 회의장·주변 통신인프라 구축 예산은 14개 회의장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과 원격회의 진행을 위한 웹캐스트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필수 비용이다.

이는 페이퍼리스(papreless) 전권회의 진행을 위해 ITU가 요구한 사항으로, 반드시 필요한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 삭감됐다.

`ICT 올림픽`을 유무선 네트워크조차 없는 원시적 시스템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회의 준비를 비롯 회의 기간 중 소요 예산도 삭감돼, 주최국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회의장 임대와 조성, 수송·의전 등 고정비용 밖에 충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개최국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 등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 ITU 전권회의 평가절하(?)···“국회가 예산 확보해야”

ITU 전권회의 예산이 절반도 안되는 규모로 축소된 것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 등 재정 악화를 우려해 행사 예산을 삭감한다는 원칙을 일괄 적용한 결과다.

국가 브랜드 상승과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ITU 전권회의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여타의 행사와 마찬가지로 예산을 삭감한 결정은 잘못됐다는 게 중론이다.

기재부가 ITU 전권회의를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기재부는 올해 ITU 전권회의 홍보를 위해 13억4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내년 예산을 7억원으로 축소했다.

ITU 전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홍보가 필수인데 예산 축소는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전권회의 행사장 조성과 운용 등 회의 준비 업무를 수행할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s)예산도 다른 국제 행사 예산과 비교, 절반 수준이다.

세계자연보전총회는 219억원, 핵안보정상회의는 147억원, G20 정상회의는 188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반면에 ITU 전권회의 예산은 89억1600만원에 불과하다.

ICT전문가들은 “열악한 정부 재정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미래 전략 산업의 핵심인 ICT 산업의 면모를 과시할 절호의 기회인 ITU 전권회의를 실속 없는 행사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예산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은 국회가 유일하다.

국회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ITU 전권회의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외에는 가능한 방법이 전무하다.

향후 국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ITU 전권회의 예산 증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ICT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가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 위상을 재확인하고 ICT 경제·외교 강국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칫 국회가 예산 문제를 외면하면 ITU 전권회의는 `빈껍데기` 행사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 ITU 전권회의 예산 심의결과(단위 : 백만원)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