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 매출 규제에 `한류 경쟁력` 상실 우려…대박 드라마 나와도 대대적 투자 못해

유료방송사업자(PP)가 제작한 드라마 시청률이 지상파 드라마를 앞지르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콘텐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지상파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PP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PP 매출 규제에 `한류 경쟁력` 상실 우려…대박 드라마 나와도 대대적 투자 못해

PP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해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어도 매출액 한도 규제에 묶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못지않은 인기 드라마를 무기로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CJ E&M의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시청률 7%에 육박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무자식 상팔자`는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5% 안팎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을 앞지른 것으로, 그동안 지상파가 독주해온 TV 드라마 시장에서 유료방송 PP가 본격적인 다자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러 드라마가 각축하면서 더 좋은 드라마 콘텐츠 제작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PP 업계는 매출 점유율 규제에 묶여 추가 드라마 제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방송법 제8조 9항과 시행령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매출액이 전체 PP 시장 매출액의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하면 정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유료방송을 포함한 전체 방송시장 매출 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지상파에 비해 MPP는 불리한 규제를 적용받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전체 PP 시장 매출액 33% 규정을 49%로 완화하는 방송법시행령 개정안이 추진됐으나 지상파 측이 “거대 PP가 등장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올해에도 방송공정성특위에서 매출액 규제 완화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슈 등에 묻혀 뒤로 밀렸다.

PP 매출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09년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한 `방송사업자 시청 점유율 제한규제(30% 초과금지)`와 겹쳐 이중규제 논란도 야기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방송 여론 다양성 보장을 위해 만든 시청 점유율 30% 금지조항으로 여론 독과점을 막는 것은 충분한데 MPP 33% 매출 제한하는 것은 사실 이중규제”라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한국 진출이 예고되면서 유료방송 PP 업계는 차별적 규제가 한국 방송 콘텐츠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5년 3월부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100% 허용된다. 글로벌 미디어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 유일하게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주요 MPP는 매출액 규제 등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형 방송 콘텐츠기업을 육성하려면 전체 PP 시장 매출액 33% 초과 제한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며 “PP 규제는 시청 점유율 규제로 단순화하고 기타 중복 규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