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화두 가운데 하나인 `기술사업화`의 성공여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없지 않다. 그만큼 성공이랄 수 있는 가능성이 산술적인 확률로만 따져 봐도 쉽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사업화의 성공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수한 아이템과 충분한 자금력, 그리고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여부다.
기업이 기초 및 응용연구를 거쳐 양산까지 갈 확률은 기업규모나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5~6%에 불과하다.
아이디어가 기술개발까지 이어지는 사례를 계산해 보면 더 치열하다. 한국기업·기술가치평가협회가 펴낸 기술사업화론에 따르면 화학분야기는 하지만, 아이디어 3000개가 기술개발로까지 이어지는 건 단 4건에 불과하다. 또 상품화(1.7건)를 거쳐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단 1건, 3000분의 1에 불과하다.
자금 부문도 걸림돌이 많다. 양산에 가까울수록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간다. 개발비와 상품화비, 대량생산비 비율이 1 대 10 대 100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동안 죽어라 R&D를 해서 로열티 계약까지 체결해 놨는데 내년 3월까지 버텨낼지 더 걱정이다.”
대덕 벤처기업 김 모 대표의 `죽음의 계곡`에 빠진 최근 하소연이다. 알다시피 상품의 경쟁력과 자금, 경영자와 조직 문제가 성공의 문턱에서 CEO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벤처기업인들이 말하는 성공 조건은 얘기의 성격은 좀 달라도 따로 있다.
“벤처기업인에게는 성공 이정표로 여겨지는 코스닥 상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있다. 바로 CEO의 병원행이다. 이를 통과해야만 성공에 이른다고들 한다.”
푸념 같지만, 김 모사장의 가슴 아픈 얘기다.
실제로 주변에는 건강하던 기업대표가 창업 2~3년 만에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거나 스트레스로 암이 발병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례가 여럿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성으로 부동산 임대업에 손을 대는 CEO도 많다. 실제로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의 사업자등록증을 들여다보면 10개 중 8개는 업태에 부동산 임대사업이 포함돼 있다.
기업인에게 창업에 대해 물어보면, 열이면 열 “너는 창업하지 마라, 지금이 행복한 줄 알라”고 대답한다. 당당하게 창업하라는 말을 던지는 사람은 없다.
대덕특구에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력 자랑을 가끔씩 한다. 성공요인을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자원과 제도, 조직, 시장을 100으로 놓고 볼 때 기술은 8.8%에 불과하다. 되레 기술사업화 전략과 CEO 성공경험이 각각 8.1%고, 마케팅 능력이 8.4%를 차지한다.
대기업도 오히려 성공을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인 조건이다. 대부분 발주 약속을 어기거나 발주물량이 갑자기 줄어 나중에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길고 오래 사는` 기업의 CEO 수보다 많다.
“창조경제가 경제적 가치창출을 위해선 과학기술과 산업측면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벤처 1세대 이민화 KAIST 교수의 얘기를 새겨들을 만하다.
이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창조경제`에는 “창조계층과 창조기업, 창조도시 등 창조경제를 구성하는 요소와 함께 우리나라 문화와 그간 추진했던 정책을 돌아보고, 우리의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여전히 벤처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 혹시라도 기술사업화 정책이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