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20년 가까이 투자해 온 반도체 사업까지 포기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고강도 재무개선 자구책을 내놨다. 동부하이텍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2015년까지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하겠다는 극약처방이다.
동부그룹은 이를 통해 금융·철강·전자·농업/바이오 4대 주력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핵심 계열사를 매각 대상에 올리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동부메탈·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이 10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3조원의 자금을 계열사에 투입한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을 처분해 차입금을 낮춘 다음 매각 절차를 밟는다. 동부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 동부하이텍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렸지만, 금융권의 압박 탓에 반도체 사업을 접기로 했다.
동부메탈은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지분 31.28%와 김준기 회장이 1인 대주주 회사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31%,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8.5%를 합친 경영권 지분 70.78%를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당진항만 매각 외에 유상증자와 자회사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현재 2조3500억원 규모 차입금과 269%인 부채비율을 2015년 9000억원과 14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이미 매각을 완료한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과 막바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에 이어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가로 추진한다.
동부그룹은 이 같은 자구계획으로 2015년까지 약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정리하면 그룹 차원의 차입금 규모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부그룹의 차입금은 6조3000억원 수준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차입금을 2조9000억원으로 줄이고, 부채비율을 270%에서 17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자보상배율은 0.14배에서 1.6배로 개선하기로 했다.
김준기 회장은 일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1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동부그룹은 향후 경기둔화가 3~4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금융·철강·전자·농업/바이오 4대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성장 가능한 체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로봇·발광다이오드(LED)·정보기술(IT) 등 세트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준기 회장은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데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기필코 졸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