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키타니의 돌직구, 김택진의 침묵

[데스크라인]미키타니의 돌직구, 김택진의 침묵

“마치 좀비 같다.”

최근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사장이 니혼게이자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을 겨냥해 날린 직격탄이다. 낡은 규제로 산업을 끈질기게 옭죄려는 모습이 좀비를 닮았다는 뜻이다. 관료주의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 기업인이 정부에 강도 높은 비판을 날린 모습은 꽤 이례적이다.

미키타니 사장은 일본 벤처 업계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생인 그는 97년 라쿠텐을 설립한 뒤 일본 최고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시켰다. 겨우 마흔 여덟의 나이에 일본의 네 번째 부자에 오른 그의 재산은 7조원을 웃돈다. 올해 일본 시리즈를 제패한 라쿠텐 골든이글스 구단주이기도 하다.

연초 일본 대법원은 일반의약품 인터넷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후생노동성 시행령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아베 신조 수상은 6월에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일반의약품 인터넷 판매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법부가 법률적 판단을 내리고 행정부가 정책을 마련한 이상 약 인터넷 판매는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후생노동성이 제동을 걸었다.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성 장관은 “국민의 건강을 인터넷에 맡길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달 6일 다무라 장관은 자양강장제 인터넷 판매 금지와 신약 안전성 검증 기간 3년 등을 뼈대로 한 새로운 규제를 내년 봄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키타니 사장은 항의의 뜻을 행동으로 옮겼다. 일본 산업경쟁력회의 민간위원을 전격 사임했다. 아베노믹스 성공에 힘을 모으자고 만든 민관 협력의 장에서 빠지겠다는 폭탄선언이다. 미키타니 사장의 태도는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다수의 국민에게 편리함을 주는 일반의약품 인터넷 판매를 검증되지 않은 `위험`을 빌미로 막으려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기득권적 아날로그 잣대로 디지털 서비스를 끼워맞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게임중독법` 얘기다. 게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3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즐기는 콘텐츠를 마약 취급하려는 시도는 분명 지나친 면이 있다. 부작용은 줄이고 산업은 키워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의 등장을 중독이라는 색안경만 끼고 보면 곤란하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두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매우 큰 차이가 하나 있다. 한국에는 미키타니 사장처럼 업계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걸어온 길로만 보면 판박이 인물은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다. 김 사장은 벤처를 창업해 성공했고, 프로야구 구단주 자리에도 올랐다.

그러나 김 사장은 과거 셧다운제부터 게임중독법에 이르기까지 줄곧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비단 김 사장뿐 아니다. 김정주 NXC 대표나 이해진 네이버 의장 역시 산업을 대표하는 오너답게 기개를 보인 바 없다. 너무나 소극적이어서 씁쓸할 정도다.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할 상생 노력에도 인색한 편이다.

성공한 이에게는 분명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다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행동으로 나서는 기개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게임벤처 주역들이 업계의 상생은 물론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 나서는 당당한 모습을, 이제는 보고 싶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