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위협` `특허괴물과 전쟁` `특허괴물 문제점…` 인터넷에 특허괴물이라고 검색하면 흔히 보는 기사와 블로그 제목이다. 한국에서 쓰는 특허괴물 용어는 미국 `페이턴트 트롤(Patent Troll)`이라는 말에서 왔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Troll)은 사람이 잠든 새벽에 나타나 공포에 떨게 하는 거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큰지 정확히 목격된 적은 없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지게 돼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서 묘사된 무섭고 공포스러운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어떤 나라에서 트롤은 작은 요괴를 지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특허괴물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언론에서 흉측하게 묘사된 신화속 트롤과 같은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허괴물은 특허를 구매하고 자사 혹은 자회사가 보유한 특허를 이용해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를 보유한 기업과 다른 점은 보유한 특허나 기술로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권리 행사로서만 이윤 창출을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최근 특허괴물의 폐해를 비판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허 시스템의 오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가 특허괴물 업무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특허괴물은 정말로 산업 전반에 해를 끼치는 위협적인 존재일까. 스스로를 특허괴물 경영자라고 밝힌 로버트 버먼은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카피텔레 CEO인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주로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발명자에게 특허를 구매해 특허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카피텔레 역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지만 제품 생산은 하지 않는 전형적인 특허괴물이다. 버먼 역시 타인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고 돈을 갈취하는 행위와 산업 전반에 피해를 입히는 업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 행정부와 언론이 카피텔레처럼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전문업체 전부를 애매모호한 잣대로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버먼은 카피텔레 같은 회사가 없다면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발명자들이 자신의 발명이나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당하더라도 대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지식재산(IP)권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카피텔레가 작은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IP권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카피텔레 비즈니스모델은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리해 얻은 수익 일부를 그 발명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발명자에게 고의로 낮은 견적을 내 특허를 구매하고 소송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회사가 결코 아니라고 했다.
버먼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발명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특허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대기업으로 갔더니 오히려 대기업에서 그 특허를 도용하거나 혹은 그 회사를 통째로 인수해버리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이야말로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발명자에게 IP권을 착복하는 존재라고 한다.
버먼이 주장하는 내용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세한 기술개발자가 푸념에 섞인채 술자리에서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버먼이 주장하는 내용들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앞으로 미국은 특허괴물이 규제 대상인지 아닌지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특허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버먼의 주장과 같이 과연 누가 창조와 혁신을 죽이고 있는지도 역시 주의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허괴물이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적절한지 판단하기 전에 특허괴물의 이윤 창출 행위가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대기업 역시 특허괴물과 다름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한 번 이겼다는 사실이 진정 이 사회에서 그렇게 공포스럽고 불편한 사실인지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함윤석 미국 로하트만햄앤버너(LHHB) 대표변호사 (yham@ipfi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