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휴대폰 유통구조 문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26/ada-adsddd.jpg)
요즘 휴대폰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별 헤는 밤`을 보낸다. 안타깝게도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과는 다른 의미다. 심야시간에 일부 온라인 판매점이 휴대폰 가격을 되돌려준다며 그 금액을 별 개수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 보조금을 초과한 추가 할인금액을 별 개수로 보여주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사려는 사람은 심야시간에 온라인 발품을 팔아가며 별을 헤아린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휴대폰 유통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반 제품은 소비자가격이 얼마인지 비교적 명확하다. 다만 판매하는 곳에 따라 유통 이윤을 달리하면서 차등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비록 제값을 주고 산 사람이라도 그리 억울하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그러나 휴대폰은 사정이 다르다.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우선 휴대폰을 구입하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제조사는 휴대폰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가격을 할인해주고, 통신사도 약정기간에 따라 통신요금을 할인해 준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판매점도 이윤을 낮춰가며 휴대폰 가격을 되돌려주는 마케팅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판매점에 성과로 제공되는 판매 장려금마저도 휴대폰 가격을 깎아주는 데 사용된다.
이렇다 보니 판매점에서는 경우에 따라 9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팔리기도 한다. 심지어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 폰`이 등장할 정도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는 억울하고, 이른바 `공짜폰`을 구입한 소비자도 정말 공짜인가 싶어 찜찜한 마음이 생긴다. 이런 억울함과 찜찜함은 결국 제조사나 판매점에 휴대폰 가격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통신사업자 또한 휴대폰 가격과 통신요금이 뭉뚱그려지면서 가계통신비가 과도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휴대폰 유통 및 가격구조 때문에 소비자나 판매자, 제조사나 통신사업자, 어느 누구도 마음 편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발의돼 있다. 휴대폰 출고가와 지원금, 장려금 등을 공시하고,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법률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차별 없이 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고, 휴대폰 판매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돼 소비자의 합리적인 휴대폰 선택을 도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법을 두고 여러 이견이 오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조사의 출고가, 장려금 등 정보가 공개되면 외국기업에 판매전략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과도한 규제로 휴대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물론 규제가 능사는 아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유통시장의 난맥상을 인식한다면 적어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앞으로 국회나 여러 공론화의 장을 통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이를 최소화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 이통사, 제조사, 유통업계 등 각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아간다면 휴대폰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