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견기업 위기, 성공 DNA에서 찾자](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22/501698_20131122180053_892_0001.jpg)
IT산업은 대한민국 수출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 수년간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세계 최선두권의 우수한 네트워크 환경과 강력한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IT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국민적 자부심도 상당하다.
그러나 국내 IT산업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높은 명성과 자부심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부분이 많다. 삼성전자라는 굴지의 기업이 있지만 의존도가 과한 상황이다. 그동안 특정산업을 선택해 생산 공정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산업정책이 이루어져 중소 IT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최근에는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IT산업은 사실상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견기업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견기업 104개사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매출감소 중인 기업이 33.7%에 달하고, 절반이 넘는 업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어려운 상황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시점에 유독 삼성전자만 독보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일까.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적인 역량은 혁신성과 위기관리능력이다. 1970년대 컬러TV부터 비디오기기, 전자레인지, 최근에는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에 이르기까지 늘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며 이어온 혁신성이 애플을 넘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내는 전략도 삼성전자만이 가진 독보적 장점이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됐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창조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또 하나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연매출 200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을 하루아침에 키워낼 수는 없다. 차라리 삼성전자의 장점만 빼 닮은 우수한 강소기업을 많이 만드는 쪽이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2000억원 매출 기업을 1000개 육성한다면 하나의 거대 삼성전자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이 생기면 IT산업 구조 자체가 탄탄해 질 것이고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선순환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국내에서 10년 넘게 IT기업을 경영해온 경험 상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혼자 발버둥 쳐서 성공하긴 쉽지 않다. 많은 우수한 기업이 경쟁하는 과정에 기술도 더 발전하고 세계 1등도 나오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강소기업을 키워내기 위한 정부지원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현재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IT 산업이 정상에 있는 것은 분명한 얘기다. 그러나 이를 유지하고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강소기업 기반의 안정된 산업 구조와 생태계적 발전이 필요하다. 수천, 수만개 팀을 가진 미국과 일본이 부동의 야구 강국인 것처럼 지금의 대한민국 IT 산업 위기는 1000개의 작은 삼성전자 육성론으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chares@cruci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