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자가 없는 가운데 `성과주의`를 근거로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에서 배출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김봉영 사장과 윤주화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삼성그룹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장 승진 8명, 사장 전보 8명 등 모두 16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 2명과 사장승진 7명, 전보 8명 등 총 17명의 인사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회장 승진이 없을 뿐, 전체 규모는 유사한 수준이다.
사장 승진자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김영기 삼성전자 부사장(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김종호 삼성전자 부사장(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선종 삼성전자 부사장(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등 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성공 DNA를 계열사로 전파하는 한편 사업재편·신성장동력 확보와 맞물려 혁신을 선도할 인물을 중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에도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견인하는 한편,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게 된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 CDMA와 와이브로의 세계 최초 상용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승진으로 통신사업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임무를 받았다.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은 20여년간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을 이끌어 온 제조 전문가다. 신설 예정인 `세트제조 부문`을 담당하며 휴대폰 이외 다른 완제품으로도 글로벌 제조역량 강화에 나선다.
조남성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은 패션을 떼어 낸 제일모직을 초일류 부품소재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데 집중한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LCD 등 부품산업 전문가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은 사장단 8명에 대한 이동·업무 위촉도 단행했다.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삼성SNS와 통합한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창수 삼성화재 대표와 최치훈 삼성카드 대표는 각각 삼성생명,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바꾼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은 에버랜드로 옮겨 패션 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을 유지하면서 리조트·건설부문장을 맡는다.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고문으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