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특징은…계열사의 삼성전자화·재편사업에 새인물·철저한 성과보상

큰 변화보다는 사업구조 안정에 무게?

삼성 사장단 인사 특징은…계열사의 삼성전자화·재편사업에 새인물·철저한 성과보상

2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삼성전자 성공경험의 계열사 확산과 올 하반기 진행된 사업구조재편을 이끌 새로운 인물을 중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사상 최대 성과를 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승진자가 많아 `성과주의`를 구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불확실한 내년 경기상황에 대비해 사업구조 재편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서현 승진…사업구조 개편 일단락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말 부사장 승진 이후 3년 만이다. 이 사장은 지주사인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경영기획을 총괄하고 제일기획에서도 비중을 키운다. 제일모직 패션사업 대표를 맡았던 윤주화 사장도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겸 패션부문장으로 함께 자리를 옮겼다.

패션을 떼어낸 제일모직은 전자소재·화학 분야에 집중한다. 패션사업 양도 자금을 활용해 종합 소재부품기업을 지향한다. 이곳에는 삼성전자에서 LCD사업부장, 스토리지 담당, LED사업부장을 지낸 조남성 부사장이 승진해 이동한다.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대신 급식업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고, 건물관리는 에스원으로 이관한다. 삼성SNS를 흡수합병한 삼성SDS에는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맡게 됐다. 삼성에버랜드에서 급식사업을 떼내 별도로 만들어진 삼성웰스트리도 이날 공식 출범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 김동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의 승진과 조직개편 계열사의 수장이 확정되면서 삼성의 미래사업 대비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초기작업은 마무리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전 계열사 `삼성전자화` 가속화

사업구조가 바뀐 제일모직에는 조남성 사장이, 삼성SDS에는 전동수 사장이 배치됐다. 모두 삼성전자에서 최고 성과를 낸 인물이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 삼성전자의 성공DNA를 계열사로 확산시킨다는 의미다.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번주 발표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예상이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에 이선종 삼성전자 사장이 승진해 자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삼성인사에서는 8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올해 경영실적이 월등한 삼성전자다.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이 강조됐다는 뜻이다.

공교롭게 주력 금융계열사의 수장이 대거 바뀌었다. 삼성생명 사장에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선임됐고, 삼성화재 사장에는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이 승진했다. 삼성카드 사장은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맡는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전동수 사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맡게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박동건 부사장이 승진했다.

◇세트제조담당 강화…삼성전자 변화?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김종호 삼성전자 부사장이 세트제조담당 사장(겸 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장)으로 승진한 건이다. 그는 20여년간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을 이끌어 온 제조부문 전문가다. 이번 인사에서 `세트제조담당` 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았다. 모바일 부문 이외 다른 완제품으로도 역할을 키운다는 의미다.

이같은 움직임은 조만간 발표될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부품(DS)과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부문으로 구분돼 왔다. 권오현-윤부근-신종균이 각자 대표로 사업부문을 이끄는 `3톱 체제`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세트제조부문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임무는 추후 조직개편이 발표돼야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CE와 IM이 미래 제품 융복합화에 대비해 종합적인 제품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세트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쪽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없다.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고문으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준배기자·김명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