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 핵심 관전 포인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꼽혀 왔다. 올 들어 삼성그룹은 사업구조에 손을 대며,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인사는 이 작업에 힘을 실을 적임자를 배치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대상 기업으로 거론됐던 곳이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SDS이었으며 모두 승진자를 포함 대표가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승진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삼성 지주회사로 불리는 에버랜드에서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대표는 아니지만 사장을 맡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 승진 관련 “패션 전문가로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회사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자매가 한 회사에서 함께 근무를 하게 된 것. 일각에서는 두 딸의 경영능력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동시에 에버랜드가 3남매의 후계경영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에버랜드의 패션부문과 리조트·건설부문 대표를 맡은 윤주화 사장과 김봉영 사장 두 경영전문가가 추후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25.1% 갖고 있으며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각각 8.37% 보유중이다.
상대적으로 삼성SDS와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에는 경영전문가가 배치됐다. 지배구조의 한 축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한 역량 강화 일환으로 보인다. 삼성SDS 사장으로 이동한 전동수 대표는 삼성전자 AV사업부장 당시 AV사업을 글로벌 1위로 올려놨으며, 메모리 반도체 역량도 크게 높였다. 삼성SDS에서 삼성전자의 혁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전 대표 등장에 대해 향후 삼성SDS의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들린다.
삼성에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포함 삼성그룹 건설부문 집중화가 거론됐던 삼성물산의 대표를 맡게 된 최치훈 대표는 GE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후 2009년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사장으로 들어왔다. GE 재직당시 에너지사업 부문에서의 많은 경험을 쌓아, 삼성물산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원 발굴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도 “글로벌 역량을 적극 활용해 국내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사업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