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8~9% 하향 조정한다.
올해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 내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도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성장 동력 사업을 발굴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내년 스마트폰 판매목표를 3억6000만대에서 3억3000만대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에 비해 10%도 되지 않는 성장률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무선사업부는 각 사업부 사장단 회의에서 내년 3억6000만대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결정한 사안에 손을 대는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판매 목표 수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성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각 사업부 전체가 스마트폰 시장 영향에 지나치게 노출됐고, 내년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스마트폰 시장이 급락하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 계열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는 피처폰 시장이 무너지면서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TV 사업 등으로 피처폰 사업 충격을 상쇄했다.
그러나 현재 리스크 양상은 지난 2009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의 60~70%를 스마트폰에서 거두고 있다. 다른 사업부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도 스마트폰 사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모리 반도체,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차전지 등 삼성 전자계열사 주력 매출이 스마트폰 판매량과 직결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42.3%씩 성장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0~20% 수준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7년간 28억90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판매됐고, 이 중 아직까지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16억4000만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23%가 이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무리하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깎아먹기보다는 스마트폰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동안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삼성전자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