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세계 모든 어린이가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다. 뚱뚱하고 하얀 턱수염을 잔뜩 기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빨간 코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닌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을 틈타, 굴뚝으로 힘겹게 들어온다. 머리맡에 걸어둔 커다란 양말 속에는 어떤 선물이 들어있을까.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겨우 잠든 아이가 크리스마스 아침 눈 떴을 때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상상력을 과학으로 돌려보자.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년 12월 24일 밤은 산타에게는 가장 바쁜 시간이다. 세계 20억 명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짧은 시간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하는 산타. 빨간 코가 밝아 선택받은 루돌프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썰매를 끌어야할까.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영국 노팅햄 트렌트 대학(NTU) 교수팀이 `크리스마스 썰매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 서울 NH아트홀에서 개최된 `2013 크리스마스과학콘서트`는 중·고등학생 1600여명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자리였다. NTU의 리 마틴 무기화학과 교수, 리사 데이비스 법의학과 교수, 마크 크로울리 과학교육과 교수, 뮤리엘 펑크 분석화학과 교수, 다니엘 피어슨 화학과 대학원생, 캐서린 터키 법희학과 학부생 등 6명이 `마음껏 상상하라`를 주제로 크리스마스와 범죄 추리를 과학 원리로 풀어냈다.
# 산타가 세상을 다니며 선물을 뿌리기 위해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속도다. 루돌프는 산타와 선물을 실고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해야 한다. NTU 과학자들은 썰매의 가장 적절한 속도를 구하기 위해 소리와 빛을 이용했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서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퍼져나간다. 소리의 파동은 종파 형태로 퍼져나간다. 낮은 소리는 파동간 거리가 멀고 높은 소리는 파동 사이가 좁다. 공기 중에서 소리는 초당 333m를 이동한다.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비행기가 있지만 하루 동안 지구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면 `지각`할 수밖에 없다. 루돌프는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해야한다.
소리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것은 빛이다. 빛은 소리와 반대로 횡파 형태 파동을 가지고 있다. 빛의 색 중 녹색이 좀 더 빠른 파동을 보이고 적색은 느린 파동으로 움직인다. 보통 빛은 1초에 30만㎞를 이동(3.0×108m/s)할 수 있다. 약 4만㎞ 둘레의 지구를 1초에 7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속도다.
#산타는 소리보다는 빠르게 빛 보다는 여유롭게 이동해야 선물을 전달할 수 있다. NTU 교수팀은 세계 어린이가 20억 명, 가구 수는 6억3000만으로 가정하고 썰매의 속도를 구했다. 단순히 지구 둘레를 돈다는 생각은 아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썰매를 끌어야 한다. 지구 표면의 대부분은 바다다. 육지는 30% 수준이다.
지구 표면 30%와 어린이가 살고 있는 집 간격을 500미터라고 가정하면 모든 집을 돌기 위해 산타는 31억2500만㎞를 이동해야한다. 이 거리를 하루 만에 이동할까. NTU 과학자는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밤 시간대를 이용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즉 산타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간다면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 약 10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선물 배달 여유 시간을 24일 하루 24시간이 아닌 34시간으로 가정했다.
34시간에 산타가 들려야 할 곳을 모두 들린다면 썰매는 시속 920만㎞의 속도를 내야한다. 1초에 2600㎞를 달려야한다는 의미다. 이는 소리 속도의 7500배고, 빛의 속도 0.9%에 해당한다.눈 깜짝할 새 수천㎞를 이동해야하는 산타. 썰매를 이끄는 루돌프. 과학적 상상력은 크리스마스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엄청난 속도로 배달하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아이의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