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년기획]인터넷서도 글로벌 누비는 서비스 나왔다

지난해 11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 세계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 언론 행사에 예정에 없던 인물이 깜짝 등장했다. 이해진 네이버 및 라인 의장이었다.

[2014 신년기획]인터넷서도 글로벌 누비는 서비스 나왔다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점유율 70%를 넘으며 시장을 평정할 때도, 시장을 독점하며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맹비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였다.

이 의장은 “그동안 해외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해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인은 일본을 거점으로 대만·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스페인 등 유럽과 남미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국내 인터넷 업계의 숙원이 처음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인터넷 첫 글로벌 성공까지 15년 걸려

국내에서 등장한 모바일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메신저다. 모바일 메신저 자체는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사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 주요 인터넷 기업들도 국내 모바일 산업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를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했다. 앞서 나와 인기를 끈 `왓츠앱`이 유료 판매되는 `제품`에 가까웠던 것에 비교된다. 카카오톡은 무료로 기능을 제공하되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모으고 조금씩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면서 얻은 소셜 그래프를 바탕으로 사진 기반 소셜 네트워크 `카카오스토리`와 모바일 소셜게임 플랫폼 `카카오 게임하기` 등을 성공시켰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1년 만에 4600억원이 넘는 시장을 만들어내며 세계 인터넷 업계와 게임 업계를 놀라게 했다.

라인의 성공은 메신저를 바탕으로 사용자를 모으고 게임, 스티커, 브랜드 공식 계정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드는 플랫폼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도 카카오톡과 라인을 주시하며 메신저 기능을 강화하고 스티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를 벤치마킹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 주요 게임 개발사들도 카카오 게임하기를 주목하며 자사 게임을 카카오용으로 수정해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전쟁은 이제 시작…`초강력` 경쟁자 즐비

국내 모바일 메신저들은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힘든 싸움을 앞두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왓츠앱 등 영미권 서비스와 중국 텐센트 위챗 등이 이 시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모바일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전화번호로 친구를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스티커를 대거 도입하는 등 메신저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수 모바일 게임을 선정해 프로모션하는 등 게임 마케팅 플랫폼 역할도 실험 중이다. 구글 역시 행아웃을 운용체계나 기기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유무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가장 주목할 대상은 텐센트의 위챗이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벌써 6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 플랫폼을 탑재하는 등 국내 메신저의 성공 공식을 재빠르게 벤치마킹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펼치는 전방위 글로벌 마케팅도 막강하다. 인기 축구 스타 메시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해진 의장도 “위챗 마케팅을 따라가려면 네이버 수익을 전부 쏟아부어야 할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라인은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 스페인어 사용권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등 주요 거점 지역에 역량을 집중했던 카카오는 올해 중국 시장 진출을 검토한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메신저 시장을 놓고 세계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차별화되고 빠른 서비스로 시장에 대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