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갑오년이 더 두려운 게임업계

[데스크라인]갑오년이 더 두려운 게임업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 원한을 산 사람, 빚을 많이 진 사람…

12월 31일과 1월1일에 명확히 경계가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사람들은 새해가 오는 것이 두렵다. 막연히 어떤 `벌`을 받을까봐 그렇고, 올해 매듭짓지 못한 일이 내년에도 계속 심적·물적 부담으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물어 가는 해와 함께 모든 것을 물 흐르듯 떠나보내려 한다.

새로 시작하는 해의 첫 일출은 많은 이에게 희망과 힘, 다짐, 용기를 담아 안긴다. 잘못된 기억과 상처는 치유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다.

한빛소프트, 네오위즈,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게임업계가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한해를 보냈다.

그렇다고 마땅히 올해만 지나가면 새해는 완전히 새로 태어난 것 같은 영예로운 일만 펼치질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내년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힘들어하는 업체가 어디 이들 뿐이랴. 굳이 이들 사명을 열거한 것은 상장사로서 명목상 갖는 무거운 책임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그야말로 혹독한 실적 추락을 겪었다. 한때 창공의 해처럼 주식시장에 떠올라 주주들을 달뜨게했던 유력 기업들이 끝간데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2004~2008년은 게임기업 상장사에 암흑기로 분류된다. 선도 주요 게임기업들이 모두 상장을 마치고, 이때 상장에 뒤늦게 뛰어든 기업들은 수익모델이 불안하다, 장기적 미래가 없다며 번번이 퇴짜를 맞곤했다.

그래도 게임기업의 상장행진은 계속됐고, 올해 `애니팡` 하나로 일군 상장신화 선데이토즈까지 상장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2014년 2차 암흑기가 게임업계를 뒤덮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게임업계에서 창업과 성장, 그에 반하는 창업과 도산은 후자가 훨씬 더 자주, 빈번하게 일어났다. 개별 회사의 쇄락은 시장에서 언제든 일어나는 것이고, 예외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상장사의 주식시장 퇴출과 상장폐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퇴출되는 그 회사 개별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업계에선 더 이상의 성장신화는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태동기, 성장기, 폭발적 성장기를 이미 넘어 `정체기` 또는 한번의 큰 구조조정을 위한 쇄락기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올해 게임업계는 연초부터 정치권의 중독법 발의, 정부의 웹보드게임 규제 강화 등 `종합규제세트`에 시달렸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커지고 있고, 개별 기업의 성패 여부는 경영적 판단과 게임 경쟁력, 상품성 등으로 90% 이상 판가름 난다는 점이다.

규제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절대요인은 아니란 것이다.

게임업계에서 올해 최악의 상황을 떠나보냈다고, 달력 한장만 뜯어내면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게 됐다.

갑오년 새해 더 어려운 상황을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게임업계 스스로의 살을 깎는 변화와 혁신에 달렸음을 명심할 일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