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허 강국`의 그늘

“우리나라 기업이 LTE 특허에서 1위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를 자주 접합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애플이 퀄컴·노키아·모토로라 등과의 소송에서는 일단 표준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특허료 축소를 목표로 협상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삼성전자 특허는 회피 가능하거나 원천적 성격이 아니라서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동통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40대 교민이 기자에게 보내 온 이메일 중 일부다. 그는 전자신문 12월 19일자의 `통신표준화, 한국 뛸 때 중국은 날아` 제목의 기사를 읽고 의견을 보내왔다. 국내 언론이 연일 `LTE 특허 강국`이라고 보도를 하고 있지만, 밖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현지 분석 자료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ABI리서치가 지난 3분기 발표한 `주요 6개 통신장비 기업 이동통신 표준화 리더십`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에릭슨·화웨이는 물론이고 NSN·알카텔루슨트·퀄컴에 비해 크게 뒤졌다. 총 6개 항목 중 두 개 항목에서 3·4위를 기록하고 다른 4개 항목에선 모두 꼴찌였다.

이런 조사 내용은 국내 언론 보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LTE 특허 수 1위`와 같은 자료가 나오면 해당 기업이 적극 언론에 재배포하지만, 좋지 않은 평가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적극 찾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다.

이 사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허 경쟁력이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독일에선 삼성전자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표준특허에 대한 애플의 침해와 관련, `삼성전자가 제시한 표준필수특허 자체가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소송이 중단됐다.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애플을 상대로 내세운 표준특허 침해 소송 5건이 모두 기각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이 소송은 두 기업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특허전쟁의 일부지만, 표준 특허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과다.

메일을 보내온 독자의 우려처럼 우리 기업이 여전히 `솜방망이 특허`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솔직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