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임에서 한 애니메이션 업체 사장을 만났다.
그는 제작 중인 작품에 대해 갑오년 새해 포부와 기대가 넘쳤다.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들고서는 몇 해 동안은 다른 회사 작품을 기획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일에 골몰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새 만들어진 주요 애니메이션 기획이 그의 손을 거칠 만큼 탄탄한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자본을 모아 이제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여력이 생겼다.
처음 자체 작품을 기획하자고 마음먹었을 당시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가 만든 작품 포트폴리오를 온전히 인정하고 투자하려는 곳도 없었고 자본도 한참 모자랐다.
이 회사는 어느 정부 기관의 수상전에 공모해 우수 작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어렵사리 투자자를 모았고 투자 걱정은 한시름 놓았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 게 아니었다.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기업보증이 필요했다. 기존 보증기금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자본금과 매출이 적은 데다 직원 수도 적어 보증을 꺼렸다. 연대보증제도가 사라지면서 다른 법인이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곳을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최근 콘텐츠공제조합이 보증 보험 문제를 해결해줬고, 이제 작품 만들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새해 우리 콘텐츠산업을 향한 기대감이 과거 어느 해보다 높다. 토종 애니메이션 넛잡이 본고장인 북미시장을 노크하고, 게임과 음악도 해외 공략 시도가 거세다. 갑오년 한 해 그야말로 야생마처럼 달릴 기세다.
갑오년 첫날 정·재계 인사들의 신년사는 유난히 말처럼 힘껏 달리자는 제언이 많다.
새해가 말띠해라는 점에서 이런 제안은 어느 해보다 공감이 크다. 하지만 말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뛰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고삐와 재갈, 말굽, 안장, 여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
갑오년 새해에는 콘텐츠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모두가 힘차게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모든 여건을 구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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