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모바일 기기 해킹(jailbreak)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지하 세계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리잡아간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허가받지 않은 용도로 기기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또 다른 돈을 버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해킹은 애플의 다양한 `잠금장치`를 조롱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사실상 제한없이 무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해방감도 배경 중 하나다.
근래 들어 해킹의 목적이 달라졌다. 이름난 많은 해커는 취미나 우월감이 아닌 `돈`을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한다. 특히 애플 제품이 확산을 앞두고 있는 중국에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해킹을 부추기는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다.
아직 해킹의 대가로 돈이 거래됐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해커 그룹 `evad3rs`는 최초의 iOS 7 해킹 툴을 공개했다. 중국 앱 스토어인 타이지 측에서 해킹 툴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타이지 프로그램이 설치되게 하는 조건으로 수억원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 해커와 중개자가 별도의 iOS 7 해킹 툴을 35만달러(약 3억7000만원)에 거래하는 음성 녹음이 인터넷에 게시됐다. 확인은 어렵지만 구매자는 중국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전문 블로그 크렙온시큐리티를 운영하는 브라이언 크렙스는 “애플 기기에 관련된 새로운 판매 라인을 개척하는 것은 확실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해킹 성공은 애플 승인 없이 수많은 앱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킹을 하면 위치 추적 기능을 무력화하고 위치 정보를 위조할 수 있다. 별도 비용 지불 없이 아이폰 테더링 기능을 활용해 다른 장비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iOS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 외에 다른 브라우저를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관련 비즈니스가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진영과 달리 애플은 엄격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애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앱스토어를 관리한다. 앱 판매 수익 30%를 챙기고 규정을 어기는 개발자는 활동을 금지한다. 지나친 감독과 규제가 해킹을 비롯한 `대안 시장(alternative marketplaces)` 출현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장애인 단체가 iOS7 해킹 후원을 위한 자금마련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앱스토어에서는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상당수 앱이 판매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아이폰 시스템 진행과정이나 앱 내용 설명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앱이 대표적이다.
트러디 뮐러(Trudy Muller) 애플 대변인은 “해킹은 우리의 목적인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저해한다”며 “해킹은 위법이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안전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