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시장이 연초부터 브레이크 없는 보조금 경쟁으로 초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고 80만원을 넘어서는 보조금까지 등장하면서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 프리미엄 단말기 가격이 1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지난 연말 사상 처음 1000억원대 과징금에도 불구하고 불법 보조금 전쟁이 버젓이 벌어지면서 정부 정책이 이제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신년 벽두부터 통신사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탁해지고 있다. 하루 사이에 단말기 가격이 몇 십만원씩 오르내리면서 소비자 차별 피해가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통신 3사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부터 온라인 판매점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높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평소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집행했지만, 경쟁이 시작되면서 서울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보조금 액수도 계속 높아져 최고 80만원을 웃도는 보조금이 포착됐다.
평소 심야에 온라인을 통해 스폿성으로 고액 보조금을 지급하던 것과 달리 시장상황이 과열되면서 온·오프라인이나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보조금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1~2일 일평균 번호이동(MNP) 건수는 방통위 시장과열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4만3000여건에 달했다.
최신 단말기 중에서는 베가 시크릿업과 G2가 할부원금 10만원대에 판매됐다. 구형 단말기 중에서는 출고가 95만원대인 `갤럭시S4 LTE-A`가 10만원대, 85만원대인 `갤럭시노트2`가 10만원 이하에 각각 판매됐다. 출고가 69만원대인 `베가 아이언`과 `베가 넘버6`, 출고가 49만원대인 `옵티머스G` `옵티머스LTE3` 등은 할부원금 0원, 즉 공짜폰으로 풀렸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제재를 앞두고 움츠렸던 통신사들이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끝나자마자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주목된다. 통신 3사 모두 보조금을 쓰지만, 유독 일부 기업이 높은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52만명, 2위 사업자인 KT는 57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감소했다. 그만큼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로 가입자가 이동했다는 얘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는 이를 만회하거나 수성하기 위해 보조금 전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보조금 과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연초에는 정도가 심해졌다”면서 “경쟁사가 보조금을 높이면 곧바로 가입자가 이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조금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시장 상황을 엄밀히 살핀 후 단호히 대처할 계획이다.
장대호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연초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 단계”라며 “언제든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