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패널에 이어 벌써부터 후방 산업 생태계 구축도…국내 업계 위협

중국이 디스플레이 패널에 이어 후방 소재부품 산업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관세 인상 등을 통해 핵심 소재부품 내재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중국 업체들도 독자적으로 인력과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섰다. 대면적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입한 지 채 몇 년도 안 된 중국이 벌써부터 산업 전반의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5일 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새해부터 6세대(1500㎜×1850㎜) 이하 LCD 기판 유리의 수입 관세를 종전 4%에서 6%로 전격 인상했다.

이 같은 조치는 LCD 핵심 소재인 기판 유리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기판 유리 시장은 미국(코닝)·일본(NEG·아사히글라스)·독일(쇼츠) 등이 장악해왔지만, 최근 아이리코(IRICO)·동수(Dongxu)와 같은 중국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6세대 LCD 라인 이하만을 관세 인상 대상으로 삼은 것도 현재 중국 유리 업체들이 생산할 수 있는 한계가 이 정도 수준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중국 정부는 모든 기판 유리 관세를 인상하려고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해외 기판 유리 업체들의 무관세 요구가 컸던데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6세대 이하 기판이어서 관세 부과 대상도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판 유리는 최혜국 관세율이 15%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가 단계적으로 7·8세대 LCD 유리 기판까지 최고 15%까지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CD 패널 시장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전략이 성과를 거두자, 중국은 한층 강한 자신감을 갖고 후방 산업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의 자생적인 의지도 두드러진다. 대만 인력을 통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패널(TSP)이 대표적이다. TSP는 대만 업체들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석권해왔다. 중국 최대 TSP 업체인 오필름은 엔지니어를 두 배 가까이 충원할 계획이며, 특히 대만 업체들의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필름은 대형 LCD 패널에 적용 가능한 나노 메탈메시 솔루션을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중국 현지의 중소 광학필름·백라이트유닛(BLU) 등 주요 부품 업종 기업도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 소재 공급을 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선전이나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광학필름과 같은 부품 전문 전시회에서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포산 CHC필름 등의 회사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현지 중소 편광판·도광판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 이들 품목에 6%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내 소재부품 업계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는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닝으로의 지분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코닝정밀소재도 중국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 7·8세대 유리 기판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최근 디스플레이 패널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산업도 육성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세 정책에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