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드론의 역습

[데스크라인]드론의 역습

최근 외신에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11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가 드론으로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구상을 밝히자 세계 양대 물류 기업 DHL과 UPS도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도미노피자까지 가세했다.

드론이 유통 혁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유튜브에 올라온 DHL의 드론 배송 영상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5㎞ 정도 떨어진 물류 창고에서 드론은 단 10분 만에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한다. 강에 가로막혀서 빙 돌아 다리를 건너지 않고 구불구불 산길을 운전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드론은 `30분 배송` 시대를 열 주역으로 충분하다.

영상을 보고 감탄하는 동안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드론은 분명 매력적인 도구인데 시나브로 불안감이 들었다. 금세 이유를 알아챘다. 지난해 6월 방영된 미 NBC뉴스의 인터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매우 충격적 내용을 담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626명을 죽인 부대 소속의 군인 브랜든 브라이언트 이야기다. 산술적으로 5년 동안 하루에 한 명 꼴로 적을 죽인 셈이다. 더 놀라운 일은 브라이언트의 근무지는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가 아닌 미국 본토 네바다라는 사실이다. 믿기 힘든 연속 살인을 가능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드론이다.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브라이언트는 원격조종항공기 기동부대에 배치됐다. 그는 중형 드론인 `프레데터`를 조종해 1만㎞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암약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았다. 상부에서 지정한 테러리스트를 레이저 빔으로 조준한 뒤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는 N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린이까지 드론의 공격에 사망했다고 털어놨다.

브라이언트는 파일럿의 꿈을 품었지만 비행기가 아닌 네바다 어딘가의 밀폐된 컨테이너 안에서 5년 동안 검증되지도 않은 테러리스트 제거를 반복했다. 결국 브라이언트는 퇴역했다. 드론 조종으로 점점 자신의 인간성이 피폐해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퇴역해서 고향 몬태나로 돌아온 의사에게 브라이언트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퇴역을 결심한 날을 회상했다.

“하루는 조종석에 들어가면서 내가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 오늘은 어떤 망할 놈을 죽일까?`라고.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으면서 원격 살인을 일삼는 스스로를 견디기 힘들었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지만 대량 살상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핵물질 재처리가 그랬고 드론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700대에 가까운 공격용 드론을 보유했다. 올해 관련 예산만 5조원이 넘으니 곧 1000대를 넘기기는 자명하다.

공교롭게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지 딱 100년이다. 기관총과 탱크, 잠수함이 모두 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신무기로 인해 무려 938만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2300만명을 웃돈다. 100년이 지났어도 기술을 악용하는 권력자가 있기는 변하지 않았다.

유통 혁명의 주역이라는 영예를 얻을지, 아니면 원격 살인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 드론은 기로에 서 있다. 강대국의 명분 없는 전쟁이 이어지면 부정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드론의 역습은 벌써 성큼 다가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