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기주의로 원격의료 도입 발목…3월 총파업 대란 우려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장애인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도입이 또다시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무산될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에 나설 방침이지만 양측 시각차가 커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원격의료 도입,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정책 등에 반발해 오는 3월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아직 의협 소속 의사의 투표가 남아있지만, 과반의 동의를 얻어 예정대로 파업이 실행되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이 재연될 수 있다.

의협은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2014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3일 총파업을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서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에 반대하며,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 의사 총파업은 3일 시작되지만 정부 입장 변화에 따라 유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여년 이상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려온 원격의료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첨단 IT를 활용해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적 업그레이드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의협은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 전달 체계와 1차 의료기관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의료 접근성 악화, 의료시장의 혼란 등이 우려된다며 정책을 반대해왔다.

노환규 의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출정식에서 “정부가 보건의료 전문단체 의견을 무시하고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관치의료의 전형”이라며 “우리는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기한을 두고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을 시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를 제외한 법조계와 산업계 및 일반 국민은 의료계가 과잉진료와 중복진료, 오진 등 의료현장의 부작용을 외면하면서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획기적 개선과 소외된 이들의 진료환경 개선에도 눈감는 집단적 의료 이기주의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격의료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며, 도입이 늦어질 경우 향후 우리나라 의료산업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태국·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도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활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IHS는 2013년 2억4000만달러 규모인 미국 원격의료 시장이 2018년 20억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협 총파업 결정에 대해 “의협이 사실을 왜곡하고 파업을 거론하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정부는 이미 대화를 제안한 바 있고 협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열린 자세로 동네의원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1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