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관이 여전히 주요 보직에 낙하산 인재를 등용하고 있다. 창조금융이라는 아젠다를 주창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온 정부눈치보기 보신 인사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관을 감시해야 할 `감사`자리에 정부 상위기관 인사가 대거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해당 업무에 경험이 없어도 정부 인맥이라는 명함 하나로 검증 절차 없이 감사 자리를 채우고 있어 `줄대기 인사`라는 비판이다.
예금보험공사 신임 감사에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취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등 상임위의 입법 조사관을 지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인물을 금융공기관 감사에 앉혀 보전인사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당초 예보는 감사 모집공고에 자격요건을 내걸었다. 예금보험 업무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지만 스스로 이를 어긴셈이다.
이는 모든 금융 공기관에 막대학 영향력을 미치는 기재부의 옥상옥 선임 절차 탓이다. 전관예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모피아 출신이 갈 자리가 많이 줄었다. 이에 감사 등 비교적 관심을 덜 받는 주요 보직에 정계나 기재부, 금융당국 출신의 인력을 끼워넣기 하고 있다.
보증기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술보증기금 신임감사에 박대해 전 부산 연제구청장을 선임했다. 새누리당 출신으로 2006년부터 부산 연제구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전부다. 중소기업 보증 관련 감사 업무와는 거리가 먼 선임이란 평가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재부 출신 조인강 세계은행 대리이사를 영입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뉴욕총영사관 재경관 출신이다.
민간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은행은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을 선임했고, 기재부 출신이다. 임영록 지주 회장 체제 출범후 모피아 출신 보존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모피아 출신 정병기 상임 감사위원이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했다며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누구보다 엄정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상임감사가 오히려 상임감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은행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이번 행위는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며 “부당 인사개입이 사실이라면 자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기재부 시절 친분이 있는 언론 기자를 KB국민지주와 국민카드 홍보임원으로 선임해 조직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를 자체 감독해야 할 감사직에도 친 정부 인사가 배치된 것을 두고, 향후 문제 발생시 금융당국의 관리를 무마할 수 있다는 `보험용`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공개 모집을 내걸고 다른 후보들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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