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물 정보 공개 추진하면서 DB 예산은 한푼도 없어

정부가 국·공립 박물관은 물론이고 사립과 대학박물관이 소유한 국가유물에 국민 개방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할 예산은 한푼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도 문화재 관리 소홀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관리 예산은 전무한 셈이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국가유물표준화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유물 DB를 구축해 이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국가 유물이란 개인이나 단체가 매입, 압수, 발굴, 환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한 자료 중에 국가적으로 보존과 관리 가치가 있는 유형 문화재다.

국립박물관 소유는 물론이고 대학과 공립·사립 박물관이 확보한 국가유물도 DB화를 추진해 이를 관리하고 사진과 목록을 국민에 공개하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국가유물 1184만점 가운데 문화재청 소속 국립박물관이 소유한 유물은 14.4%(191만점)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656만점(55.4%)을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이 보유 중이다. 또 대학박물관(15.2%), 공립박물관(15%)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대대적인 국가유물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올해 문화부 정보화 예산 430억원 가운데 DB 관련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국립박물관은 그나마 목록과 사진 DB가 95%가량 구축됐다. 반면에 전체 유물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사립박물관 소장품의 DB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 공개조차 꺼리고 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국립박물관은 학예전문가와 사진작가가 배치돼 그나마 DB화가 가능하지만 지자체나 사립박물관은 전문인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발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단체를 통틀어 박물관 기록을 담당하는 17개 광역자치단체 학예직 인력은 총 29명에 불과하다. 또 인천과 광주에는 학예직 담당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 관리인원이 없는 만큼 DB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사립박물관 DB 구축을 위해서는 인력과 함께 예산도 필요하다. 한 저명 사립미술관은 유물사진 한 컷당 10만원 안팎 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대학과 주요 사립박물관 743개, 450만여점에 대한 사진 확보를 위한 예산만 800억원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문화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전통문화유산의 안전한 관리와 보호, 나아가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예산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교수는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주자고 말하는 정부가 DB 예산도 마련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