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양간도 못 고치는 금융당국과 금융사

시중은행까지 고객 정보를 대규모로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안으로 보면 사상 최대라는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보다 더 심각하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은행만큼은 보안이 확실할 것이라는 금융소비자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은행이라면 다른 금융사보다 더 믿는 편이다. 은행이라면 안심하고 돈을 맡긴다. 이런 믿음을 얻으려고 은행은 저마다 이중삼중의 보안 체계를 갖췄다. 이 신뢰가 한방에 무너졌다. 더욱이 지난해 말 한국SC와 한국씨티와 같은 일부 외국계 은행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이 경고신호를 잘 읽었다면 그 사이 충분히 점검할 수 있었다.

이번 은행 정보 유출 사실도 올 초 발생한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을 고객이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와 연결된 국민은행, 농협은행 고객 정보가 함께 흘러나갔다. 롯데카드와 연결된 결제은행은 대부분 은행을 망라한다. 은행들이 고객 정보를 유출하고도 모르고 있던 셈이다.

금융 당국과 금융사 후속 대응이 여전히 허술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금융 보안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일제 점검을 한다. 그래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심각성은 더하다. 진짜 제대로 점검했는지 의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냥 시늉뿐이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정보까지 유출했다니 마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유출 정보를 보면 주민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는 물론이고 직장, 주거, 이용실적, 신용한도와 등급, 결혼과 자가용 보유 여부까지 최대 19개 항목이다. 어떠한 금융사기도 가능할 정도다. 당장 2차 피해가 걱정이다.

그런데 유출 사실을 확인한 고객이 지난 주말 아무런 후속 조치도 밟을 수 없었다. 은행들은 근무를 시작하는 월요일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이런 비상상황이라면 최소 인력이라도 비상근무를 해 대응했어야 옳다. 이래서야 어찌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고객 불만이 터져 나온다. 당장 오늘 빗발치는 고객 항의로 은행들이 몸살을 앓을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소 잃은 외양간을 고치는 법부터 제대로 배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