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카드 3사가 카드 부정사용 등 고객 피해를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20일 고객정보가 유출된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NH농협카드 3사는 서울 광화문 소재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 부정사용 등 고객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은 “유출된 개인정보는 모두 검찰에서 압수해 2차 피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정보 유출로 인한 카드 위·변조 피해는 정해진 보상기간이 지나더라도 카드사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라며 고개 숙였다.
카드 3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고객정보가 뒤섞여 유출된 점은 여전히 쟁점으로 떠올랐다. 은행 고객정보까지 유출된 KB국민카드는 확인 결과 1982년 카드 업무 개시 이후 30년이 지난 고객정보를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주택은행 인수 전 고객정보까지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셈이다. 여기에는 사망자와 법인, 카드 해지고객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심재오 KB국민카드 대표는 “국민은행 거래나 국민카드를 만든 적이 없는 고객도 이번에 유출된 것은 과거 쌓여 있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며 “지난 1982년부터 국민카드에 모였던 개인정보가 (폐기되지 않고) 꽤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관기간을 사규로 명시하는지에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안전행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만든 관련 법 지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5년이 지난 정보는 폐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4320만건으로 3개 카드사 중 가장 많다. 롯데카드도 전자금융 감독규정에 의해 관리하고 있다는 변명만 내놓았다.
250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NH농협카드는 본부 단위 PC를 모두 클라우드 환경으로 재구축하고, 업무용 파일은 센터 중앙서버에 저장 관리해 통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개인정보 취급업무 처리는 보안이 강화된 별도 `고객정보개발실`에서 작업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카드 3사는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후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피해 보상과 내부통제 강화, 카드 재발급, 카드 부정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결제내용을 SMS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전부다. 내부 조직 개혁과 제도개선, 외주인력 관리 방안 등에는 대책이 전무했다. “2차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구제하겠습니다”가 카드 3사가 제시한 대응책이다.
한편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조회하려는 고객으로 인해 해당 카드 3사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등 고객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일(12시 기준) 인터넷을 통한 유출조회 건수는 KB국민카드 198만건, 롯데카드 138만건, NH농협 50만건에 달했다. 재발급 신청도 KB국민이 3만4000건, 롯데카드 32만5000건, 농협 88만2000건으로 폭증했다.
사상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KB금융과 NH농협카드 경영진이 잇단 사의를 표명하거나 자진 사퇴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KB금융그룹은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상무급 이상 임원진 27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NH농협카드도 손경익 사장이 자진 사퇴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