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소 3만개 시대가 열린다. 민간 연구개발(R&D) 현장에서는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내실화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구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는 지난해 말 기준 연구소나 연구개발(R&D) 부서를 보유한 기업 수는 2만8771곳으로 올해 5∼6월 경 기업연구소 3만개를 돌파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10년 전인 2004년, 기업 연구소는 1만270개로 10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었다.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늘면서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연구소 3만개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민간 R&D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 연구소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산기협이 연구소가 있는 지역 기업 538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구소가 지역에 있어 겪는 어려움에 `기술 개발자금 부족(36.8%)`보다 `연구인력 확보(73.4%)`를 2배 더 많이 응답했다. 기업 연구소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우수 연구 인력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 중소기업 연구소는 “인근 대학에 대학원 졸업생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지만 지원자가 한명도 없어 지금까지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10년 넘게 지속해온 연구가 중단될 위기”라고 밝혔다.
R&D 조세 지원도 필요하다. 한기인 산기협 이사는 “정책 자금 등을 통해 기업 R&D 투자를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에는 조세 감면 등 혜택을 주는 등 연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R&D 과제도 중소기업에서 많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밑바탕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산기협은 “기업 연구소 3만개 시대를 맞아 산업 기술 개발 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R&D 현장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기협은 `기업 연구소 3만개 시대`에 맞는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 설문조사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 설정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연구소 현황(연도말 기준) (단위 : 개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