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점 투성이 문화재 관리가 낳은 비극

조선시대 한양 도성의 남쪽 정문이자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 5년여 만에 복원됐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며칠전에는 숭례문 복원공사에 부실 자재를 사용했는지를 놓고 검증을 하던 교수가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복원공사를 책임졌던 신용수 대목장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마치 불탄 숭례문이 인간들에게 재앙을 내린 듯하다. 이런 잇단 문제는 문화재와 국가유물에 대한 관리소홀의 책임이 크다. 숭례문에 대한 제대로 된 기본적인 연구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비극인 셈이다.

문화재 관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맡는다. 문제는 양 기관이 국보급 유물은 물론이고 국·공립 박물관과 사립박물관에 산재한 국가 유물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베이스(DB)조차 만들지 못한데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국립박물관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사립대학박물관이 소유한 국가유물은 아예 손을 댈 엄두도 못내고 있다.

국가유물 1184만점 가운데 문화재청 소속 국립박물관이 소유한 유물은 14.4%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55.4%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다. 문화재 소실과 같은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신라와 가야시대 금속유물 수백점이 제대로 보존처리되지 않은 채 부식과 균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17개 광역자치단체 박물관 유물 기록과 관리를 담당하는 학예직 인력은 총 29명에 불과하고 일부 지자체엔 담당 인력조차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에 쓸 예산은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밖으로는 문화재 반환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인력과 유물 관리 모두 부실 덩어리다.

다행히 올해 정부는 국가유물표준화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유물에 대한 DB를 구축해 이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후세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