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 돋보기]<19>전기차 주행거리 연장 기술과 시장 전망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판매 가격 인하, 신차 출시, 충전 시설 확충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의 지난해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포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84%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9만6000대에 그쳤다.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인 프랑스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에 비해 50% 증가했지만 1만4000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이유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기차 구매 비용이 상당 폭 하락했고 선택 가능한 모델도 다양화됐지만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전 인프라 확충에 상당 시일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주행거리 제약은 자동차 업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바꿔 말하면,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는 주행거리 연장 기술 개발 추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주행거리 연장 기술 개발의 한 유형은 수소 발전기 또는 연료전지 등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기술이다. 그 예는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5kW 수소 발전 시스템 개발로, 연장 가능 주행거리가 최소 193km에 달한다. 또 한 예는 프랑스 우체국의 연료전지 탑재 전기차 실용화 사업이다. 연장 가능 주행거리가 2배인 연료전지를 탑재해 날씨가 춥고 지형이 높은 산악 지대 우편물 수송용 차량으로 시험 주행 중이다.

또 하나의 기술 개발 유형은 리튬이온 전지의 주행거리 한계 300㎞를 뛰어넘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경향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도요타가 개발한 나트륨이온 전지 기반 기술이다. 2020년경으로 예상되는 나트륨이온 전지 실용화가 완료되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현재의 3배 이상인 500~100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주행거리 연장 효과가 큰 전기차용 엔진이나 변속기를 개발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마쓰다는 전기차에 로터리 엔진을 장착해 주행거리를 200㎞에서 380㎞로 연장한 시작 모델을 최근 공개했다. 교토 대학은 주행거리를 10% 연장 가능한 신형 변속기를 개발했다.

이 같은 다양한 주행거리 연장 기술이 속속 실용화되면,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향후 10년 안에 30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닛케이테크온의 예측과 2018년에 주행거리 연장 기술 적용 전기차 시장만 33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프로스트앤설리번의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