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도라고 해서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까지 수가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화학공학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여자는 저뿐입니다. 어려운 점도 있죠. 스스로 왜 과학을 하는지, 대답을 내리기 힘들면 계속 하기 힘든 분야일지 모릅니다. 자신이 과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상기시키면서 계속 기억해야하죠.”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외국인학교(KIS). MIT에 재학 중인 마리아 챈 화학공학과(4학년) 학생은 동료 MIT 학생 3명과 함께 KIS 초청으로 24일까지 `MIT 과학기술교실`을 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자회로 구성, 화학공학, 로봇 공학 등 과학기술 수업을 진행했다. 챈은 그날 수업에 참여한 이예신 KIS 11학년 학생과 수업 시간에 조금 어려웠던 `화학평형이론`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저보다 4~5살 많지만 챈을 비롯한 MIT 선배는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인 수업과 달리 직접 실험도 하고 함께 어려운 문제를 풀어볼 수 있어 창의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과학·수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챈을 멘토 삼아 즐겁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예신 학생은 챈처럼 화학공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 예비 여성과학도다. 챈이 이예신 학생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이유다. 챈은 “화학공학은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지만 대부분 여학생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다른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멘토링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챈은 KIS제주로 떠나지만 두 학생은 페이스북으로 앞으로 진로와 공부 상담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예신 학생은 과학기술교실에서 처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접했다. 최근 청소년기부터 `코딩`을 가르쳐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소감을 물었을 때 이예신 학생은 “처음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단계적으로 차근히 배워 가면 흥미로운 분야일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챈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매우 방대한 분야이고 동시에 가치 있는 분야”라며 “일찍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익숙해진다면 대학에서 도움이 되는 만큼 나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챈이 바라본 KIS 학생은 모두 성실하고 열정적이었다. 특히 학업 집중도가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청소년기, 고등학생 시절을 조금 즐겼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수업처럼 인도와 이스라엘을 찾았습니다. 인도에서는 교수와 연구를 함께했고,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생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습니다. 문화가 서로 다르고 하는 일도 달랐던 만큼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의사소통해야만 했죠.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었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챈은 자신의 소중한 경험처럼 이예신 학생도 다양한 협력,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을 함양하길 바랐다. 그는 그것이 자기가 얻은 `MIT의 도전과 혁신 정신`이라며 말을 맺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