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신사업 줄줄이 `개점 휴업`

신용카드 업계가 개인 정보 유출, 경영진의 잇단 사퇴라는 위기에 봉착하면서 올해 추진 예정이던 신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카드업계 숙원 사업이던 가맹점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과 은행 동반 해외 진출 사업 계획 등이 사실상 무기한 `개점 휴업` 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카드사업 규제를 완화한다며 여신전문 금융업법까지 개정하고 부대사업 허용에 나섰지만 국내 2위권을 형성하는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유통부문 강점을 가진 롯데카드까지 줄줄이 정보 유출 직격탄을 맞으며 실행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현직 경영진은 물론이고 정보 유출 시기에 재직하던 전 경영진까지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카드업계 중점 사업 중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IC카드 단말기 보급 사업은 후속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당장 2015년부터 모든 마그네틱(MS)카드 결제가 금지된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는 최소 수천억원을 투입해 전국 가맹점 대상으로 IC카드 단말기 보급 사업에 나선다. 여신금융협회와 공동으로 단말기 개발까지 완료됐지만 전수 조사와 이에 필요한 자금 집행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3개 카드사가 정보 유출 사고에 휩싸이며, 운영 중이던 TF도 무기한 연기됐다.

새 지급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한 모바일 카드 사업 확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은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모바일 카드를 공동 추진했다. 당시 앱 기만 모바일카드는 주로 온라인 결제에서 사용됐지만 올해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에 나설 방침이었다.

특히 유통 계열사를 보유한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를 중심으로 앱 기반 모바일카드를 오프라인 가맹점에 연계해 결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 등에 앱 기반 모바일카드 인프라를 확대 설치하겠다는 프로젝트도 잠정 유보된 상태다.

사퇴한 카드사 경영진이 주도했던 해외 사업 진출도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KB국민카드는 이미 진출한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KB국민은행과 함께 현지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KB국민은행이 보유한 해외 거점을 활용해 카드사업 진출이 용이한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KB국민은 물론이고 카드 임원진이 줄줄이 사퇴할 계획이어서 해외 사업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등 해외 현지 계열사 등을 묶어 `포인트 연동`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리아에서 국내 롯데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글로벌 포인트 사업이지만 이 프로젝트도 박상훈 대표와 임원 사의로 세부 실행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올해 초 모든 카드사들이 해외사업 진출과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경영 목표로 내걸었지만, 정보유출 사태 파문으로 상당부분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