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BI, 악질 해커 검거 위해 `적과의 동침`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악질 해커를 잡았다. `적과의 동침`으로 더 큰 적을 무찌른 셈이다.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보다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28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BBC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정부와 힘을 합쳐 전문 해커 일당을 잇달아 검거했다.

FBI는 이메일 해킹 웹사이트 `니드패스워드닷컴(needapassword.com)`의 두 운영자와 이메일 정보를 사들인 세 명의 해커 고용자를 체포했다. 해커 고용자 중 한명은 중국 웹사이트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얻기 위해 해커에게 2만1675달러(약 2337만원)를 지불했다. 니드패스워드닷컴에 피해를 입은 이메일 계정은 6000여건에 이른다.

FBI에 따르면 범인 검거는 중국, 인도, 루마니아 등지 사법 당국과 협력해 세 나라에 흩어져 있는 사이버 범죄자를 색출한 대표적 사례다. 중국에서 공공치안을 담당하는 범죄수사·온라인 검열의 최상위기관 공안부(MPS)가 참여했다. 덕분에 중국 공안부도 해커 고용 사이트 `핵투하이어닷넷(hacktohire.net)`을 운영자 류잉을 체포했다. 류 씨는 2012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00여개 이메일 계정에 불법적으로 접근했다. 이어 미국 FBI는 로스엔젤리스에서 이메일 정보를 취득한 5명의 인터넷 사기범을 추가로 체포했다.

외신은 미국이 중국과 보안 문제로 말싸움을 하는 대신 실질적 효과를 내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는 데 의미를 뒀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보안 문제로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인터넷 평화와 보안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협업이 해냈다”고 묘사했다.

이번 공조로 루마니아도 1600여개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는 등 악성 범죄를 저지른 여러 개 해킹사이트 운영자를 추가로 잡았다. 인도도 하이어해커닷넷(www.hirehacker.net) 등 두 개 유사 범죄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 두 사이트가 접근한 이메일 계정도 1000여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범죄 행위가 여러 나라에 걸쳐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검거는 국경을 교차해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 조사의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