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저탄소차 협력금(보조금 또는 부담금)을 부과할 방침인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성과가 수입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주력 중형 세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근 4년간 18~19% 줄었다. 하지만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0% 이상 저감됐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놓고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보다 앞서 국산차의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2014년형 쏘나타(2.0 가솔린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7g/㎞로 2010년형 모델(182g/㎞)에 비해 19.2% 줄어들었다.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기아자동차 K5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47g/㎞지만, 2010년형 모델과 비교하면 줄어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3%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BMW의 중형 가솔린 세단인 `528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0g/㎞으로 2010년식 모델(215g/㎞)보다 30.2% 저감됐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가솔린 세단 `E30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년 새 32.8%나 줄어들었다. 이는 두 업체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및 친환경차 연구개발이 현대·기아차보다 앞서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진 다운사이징 및 배기량 상향을 통해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크게 줄여 주목된다. BMW 2014년형 528i 모델의 엔진은 2000㏄급으로 2010년형 모델(3000㏄)보다 작지만, 최고 출력은 245마력으로 동일하고 연비도 개선(10.9→11.7㎞/ℓ)됐다.
2010년형 모델에 3000㏄급 엔진을 장착했던 벤츠 E300은 2014년형 모델에 3500㏄급 엔진을 탑재했다. 이에 따라 최고 출력(252마력)은 20마력 이상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쏘나타와 K5의 최고 출력은 소폭 상향됐지만 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나빠졌다.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성능과 연비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업체의 친환경차 기술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시급히 확보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을 망라한 협업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단위:g/㎞, %) (자료:업계, 저감률은 2010년식 모델 대비 줄어든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율)>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