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 재편 착수.. 대량 소품종 중심에서 다품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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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전략을 대량 소품종 중심에서 다품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애플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매출 구조를 적극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LSI 파운드리사업팀 내에 고객서비스(CS) 조직을 신설했다. 각 영업파트별로 쪼개져 있던 파운드리 마케팅 인력도 파운드리 마케팅팀으로 한데 모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으로서 파운드리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AP 개발 팹리스 업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업체 등과 28나노미터(㎚) 파운드리 계약을 신규 체결하는 등 고객사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CS 인력 충원은 신임 정세웅 파운드리사업팀장(부사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후발 주자의 약점을 조기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대형 고객사 확보와 최첨단 미세 공정 기술을 무기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몇 개 제품에 집중하는 게 설계자산(IP)을 보유하는 데 유리하고 공정을 구축하기 용이하다. 다양한 공정 기술보다 하나의 공정 생산기간(스루풋)을 고도화하는 역량이 탁월한 삼성전자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시황 변화로 인해 이같은 전략을 전면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했던 데다 올해도 대형 고객사를 새로 유치하기 쉽지 않다. 작년 갤럭시S4에 AP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가동률이 급감했고, 애플 아이폰5S용 A6 AP 역시 물량이 예상보다 감소했다. 지난 2012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57%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15% 신장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공들여온 퀄컴·미디어텍이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즈를 각각 선택하면서 기존 전략으로는 매출 확대가 쉽지 않다.

한두 고객사에 의존하면 지속적인 성장은커녕 리스크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가 퀄컴·미디어텍·엔비디아 등 AP업체 외에 고주파(RF), 각종 센서로 제품을 다각화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한두 개 제품 물량이 줄면 타격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문 파운드리 업체에 비해 다종 제품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상보형금속산화(CMOS)이미지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직접 제조한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 재편 착수.. 대량 소품종 중심에서 다품종으로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