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알뜰폰 삼성전자 후광 효과로 단번에 3위로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이 알뜰폰(MVNO)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통신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삼성이 단말 사업을 넘어서 통신 서비스 시장까지 우회적으로 진출한 것에 통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에스원은 삼성전자 전용 단말기를 앞세우고, 삼성모바일숍을 유통채널로 활용하는 등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서비스 4개월만에 MVNO업계 3위권으로 부상했다. 통신업계도 최근 알뜰폰 인기에 자회사 MVNO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단말 비즈니스를 매개로 한 삼성과 통신업계의 전통적인 협력관계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5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에스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다음달인 지난해 10월부터 가입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번호이동 기준으로 보면 최근 3개월간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에 이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판매량도 출시 4달 만에 1만7000대를 넘어섰다.

에스원이 알뜰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데는 삼성전자 후광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폰사업자의 약점인 유통채널을 전국 삼성모바일숍과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을 통해 한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전국 주요지역에 위치한 삼성모바일숍과 디지털프라자가 오프라인 접점이 되는데다, 이들 매장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등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도 지원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안심폰 100원 행사 등 특판 행사도 실시했다.

알뜰폰사업자의 또 다른 문제인 단말기 수급도 삼성전자를 통해 해결했다. 안심폰 서비스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전용 폴더폰을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위주로 출시하고 있어 알뜰폰사업자 전용 폴더폰 출시는 이례적이다.

에스원이 강점을 가진 보안 서비스도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다. 안심폰 서비스에 전국 관제센터와 직접 연결되는 보안플랫폼을 담았다. 위급상황 시 단말기 우측의 에스원 버튼을 누르면 에스원 관제센터로 사용자 위치정보가 전송된다.

보호자 전용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모님 위치와 안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휴대폰이 꺼지거나 사용 흔적이 없을 때는 보호자에게 알림문자를 전송해준다. 효 요금제를 선택하면 전문 의료진의 건강상담 및 검진, 진료 예약 등 건강관리를 위한 전반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에스원 관계자는 “안심폰의 선전은 가격 경쟁 위주의 알뜰폰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라며 “안심폰은 긴급출동과 건강상담 같은 특화된 서비스로 부모님용으로 구매하는 자녀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에 출동을 통한 고객 만족사례가 늘면서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이 계열사를 통해 MVNO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에 통신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독자 휴대폰 유통망을 갖출 때부터 통신업계가 경계했던 일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분위기”라며 “단말부터 자체 통신 서비스망까지 갖추면 삼성은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지만, 통신사에는 적지 않은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