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더콘테스트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코스콤 후원으로 진행하는 `내가 바로 전자신문 칼럼니스트` 세 번째 주인공은 윤나영(세종대)씨의 `막장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당선되었습니다. 1월 주제였던 막장드라마 문제를 구조적으로 비판했다는 점과 막장의 배경을 진단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2월 공모전에도 대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2월 주제는 `OECD사회통합지수로 본 한국 사회의 문제와 해법`입니다.
윤나영(필명 끌림·세종대 국어국문학과)
과거 40~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던 드라마 시대가 끝났다. TV라는 매체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소재나 줄거리의 진부함과 같은 드라마 자체의 질적 문제도 컸다.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막장드라마다.
막장드라마는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개연성 없는 상황 전개, 배신과 복수, 황당한 판타지가 뒤범벅된 줄거리가 특징이다. 막장드라마의 자극적, 쾌락적인 속성은 단조롭고 서정적인 것들에 대한 무감각을 가져왔다. 막장드라마 뿌리는 르네상스시대에 등장한 장르인 `희·비극`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본래 희극이란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행복에 이르게 되는 서사구조를 가진 장르다. 비극은 불행과 파멸 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연민과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과장된 극적 전개와 인물간 대립, 복수와 죽음 등의 자극적 소재, 복잡한 갈등의 양상을 띠는 희비극의 구조는 오늘날 막장드라마의 구성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인간은 감각을 자극하고 잠재된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주는 이야기를 갈구했다.
최근 내용 측면의 막장이 아닌 내용 외적 측면의 막장을 구현하는 드라마를 종종 접한다. 극중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데 개연성이나 판타지적 요소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극의 흐름을 깨는 적나라한 간접 광고나 배우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력과 같은 이야기 외적 요소로 막장이 되어버린 드라마도 있다. 최근에는 간접광고가 극의 흐름과 무관하며 오직 상품의 광고만을 위한 대사나 상황 등이 뜬금없이 등장하여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광고주의 뱃속을 채우는 상업적 수단으로 변모해 버린 드라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막장드라마라 불릴만하지 않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 연기력도 문제다. 드라마 스토리가 아무리 좋다한들 이를 전달하는 배우 연기가 형편없다면 이 또한 막장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감독 연출력을 비롯한 드라마 제작 과정 문제도 막장드라마를 만든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저질스러운 합성이나 미흡한 컴퓨터그래픽(CG) 처리는 시청자의 비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시대극의 경우 철저한 고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역사 왜곡이나 꼼꼼하지 못한 소품처리 등은 시청자들의 매서운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막장드라마의 선택은 시청자 몫이고,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내용 외적 측면에 있어 막장이 되어버린 드라마는 스토리를 망가뜨림은 물론이고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드라마 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대중들의 엄격한 평가와 비판이 필요하며 제작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