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반도체 사업 설계 빼고 제조 부문만 매각

반도체 사업 매각설이 나온 IBM이 설계가 아닌 제조 부문에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핵심 지적자산은 유지한 채 생산 시설만 떼어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IBM 유닉스서버에 쓰이는 파워칩
IBM 유닉스서버에 쓰이는 파워칩

IBM은 자체 하이엔드 서버와 외부 일부 비디오 게임기용 칩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해왔다. 지난해 말 주 고객사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신 게임기를 내놓으면서 AMD 칩을 채택했고 IBM의 고민은 커졌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사업은 자본 집약적이고 휘발성이 크다.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IBM은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투자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하드웨어 사업 위축으로 수익성은 악화되는 이중고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IBM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떨어졌다. 컨설팅업체 샌포드 C.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해 IBM 반도체 매출은 17억5000만달러(약 1조8800억원)지만 1억3000만달러(약 1400억원) 세전손실을 입었다. 번스타인은 올해는 매출마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IBM 하드웨어 사업의 핵심인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서버 수익성도 나빠진다. IBM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매각해 고정 비용과 막대한 투자비를 줄이고 자사 고성능 서버용 칩은 아웃소싱 형태로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설계 부문을 유지하는 것은 반도체가 IBM의 고마진 비즈니스 대부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IBM이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해 반도체 사업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IBM은 사업 매각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반도체 생산 관리를 위해 파트너사와 조인트벤처 설립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IBM이 1990년대 초 재정위기 이후 보인 가장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