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차세대 프리미엄 TV인 초고화질(UHD) TV의 글로벌 시장 전망치를 큰 폭 수정했다. 지난해는 93만대에서 195만대, 올해는 390만대에서 1269만대로 늘렸다.
UHD TV 시장 급성장에는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상무는 “올 상반기 브라질 월드컵 효과로 TV 수요가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UHD TV와 대형 인치 TV 등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크게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선진시장의 성장은 파이(시장규모)가 커지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나타낸다. UHD TV처럼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등장이 그 사례다. 불황의 경우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이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 힘들다. 반면 호황기는 다르다. 소비자는 긍정적인 소비 자세로 새로운 물건,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나선다.
올해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분야는 특성상 선진시장에서 먼저 개화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주변국 그리고 신흥시장으로 전이된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쇼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4`에서 주요 가전업체들은 스마트홈 서비스와 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삼성전자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 스마트홈` 개념을 선언하고 전시회에서도 일부 제품군을 공개했다. LG전자는 모바일메신저 업체와 손잡고 만든 `홈챗`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CES 2014 직후에는 구글이 스마트홈 관련 벤처기업인 네스트랩(Nest Labs)을 32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깜짝 발표를 했다. 네스트랩은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제공업체다. 대표 제품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제어하는 `스마트 온도조절장치`다. 업계는 구글의 네스트랩 인수가 스마트홈 확산 전략 일환으로 본다.
스마트카,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연초 CES 2014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토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주요 업체들의 전기자동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관의 이같은 노력은 전기차 시장 확대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분명 시장 개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BMW가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i3`의 판매 결과가 관심거리다. 개발 단계부터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와 프리미엄 브랜드 효과가 합쳐진 i3는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각국의 주문이 1만대를 넘어섰고 계약 후 차량 인도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초반 인기는 `돌풍` 수준에 가깝다.
또 그동안 전기동력차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e-업`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어서 전기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차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쏘울 전기차에 탑재될 텔레매틱스 `유보 EV e서비스`도 주목된다. 유보 EV e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약 충전 및 공조, 원격 차량 상태 조회, 내비게이션 연동 충전소 검색 표시, 주행 가능 거리 표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진국 경기회복은 이들 산업의 구조 변화도 이끌 전망이다. 대표 사례가 자동차와 IT산업간의 융합이다. 연초 구글은 아우디, GM, 혼다, 현대자동차그룹 등과 함께 안드로이드를 차량 OS로 확산시키기 위한 `오픈자동차연합(Open Automotive Alliance)` 출범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올 상반기 대연합에 나설 태세다. LG전자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업계와 잇따라 손을 잡을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 경기의 회복과 함께 융복합을 특징으로 한 다양한 산업이 개화할 것”이라며 “업체간 합종연횡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세계 스마트가전 제품 시장규모 전망(단위:백만달러)
김준배·양종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