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편의성 높이고 전력소비량 줄이고…신개념 반도체로 니치마켓 잡은 강소 반도체 업체들

모바일 기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종전에 없던 신개념 반도체 기술로 틈새시장(니치마켓)을 선점한 업체들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시스템 복잡도를 줄이거나 전력 절감, 설계 시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의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1세대 이일복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실레고(SILEGO)는 모바일 기기 설계 복잡도를 줄여주는 반도체 `그린팩(GPAK)` 시리즈를 최근 출시했다. 스마트폰 등 시스템 설계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전력관리반도체 간 연동시켜 주는 보조 반도체다. 여러 업체에서 공급받은 칩 간 타이밍 조절, 일부 전원관리 기능, 혼성신호 관련 디스크리트 기능 등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다. 반도체설계자동화(EDA)툴이나 별도 컴퓨팅언어를 몰라도 쓸 수 있는 설계툴(tool)을 제공해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다. 패키지 크기가 2×2㎜ 이하고 가격은 50센트 미만이다. 시스템상에서 오류가 생겨 반도체를 재설계하려면 최소한 3개월 가까이 걸리지만 이 반도체를 이용해 오류를 보정하면 짧게는 3시간이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임성춘 실레고 지사장은 “이미 세계 노트북PC 업체 대부분이 중앙처리장치(CPU)와 다른 프로세서 간 연동 오류 보정용으로 채택해 지난해 매출액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저전력·초소형 설계가 필요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올해 갑절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퀄컴에 인수된 아테리스(Ateris)는 `네트워크온칩(NoC)`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다. 모바일 AP 등의 복잡성을 줄여주고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공급한다. AP 내부의 코어프로세서와 캐시 메모리, 그래픽프로세서 간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버스)를 최적화해준다. ARM 코어프로세서 기반 `빅리틀(big.LITTLE)` 아키텍처를 구현한 AP나 퀄컴·엔비디아 등이 개발한 자체 아키텍처 기반 AP 설계에 이 회사가 제공한 버스 기술이 쓰였다. 지난 3년간 매출액이 매년 평균 100%씩 늘어나는 등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볼타(SuVolta)는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공정에 이식해 전력 소모량을 절반까지 줄여주는 설계자산(IP)을 개발해 지난달 106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CMOS 방식으로 생산되는 반도체 채널 구조를 바꿔 트랜지스터의 문턱전압 전압폭(1시그마)을 줄여준다. 메모리 반도체와 AP 등 주요 반도체에 모두 쓰인다. 토마스호프만 수볼타 신기술개발 전무는 “일본 후지쯔, 대만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한국의 주요 종합반도체회사(IDM)를 주요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