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폐지론이 본격 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번호 체계 개편 논의를 전자주민증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경계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11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개인식별장치인 주민등록번호가 사회경제 생활의 `마스터 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해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민번호 체계 개혁 없이 대안으로 부상 중인 발행번호 도입 역시 주민번호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13년간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준 건수가 25만여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변경` 정책에 대한 요구도 쏟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폐지 및 변경 불가론`을 고수해 왔던 정부 정책에 변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오는 1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민번호체계 개편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신훈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24만명 정도가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고, 이름을 바꾼 사람도 120만명에 달하지만 사회적 혼란은 없었다”면서 주민번호 변경 자체가 지금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8년 주민등록부와 가족관계등록부상 생년월일 불일치를 해결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며, 그해 4만8190명이 주민번호를 변경했다. 최근에는 개인이 정년 연장 및 연금 수급을 위해 법률 사무소를 통해 주민번호 수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평균 1만건 이상이 변경되고 있다.
신 변호사는 “도로명 주소 도입과 같은 주소지 변경을 위해서 4000억원 이상 투입하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이 어디에 사용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좌세준 민변 변호사는 “국가가 관리를 위해 식별번호 부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번호는 최소한의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온라인 전자상거래 등 시장영역 또는 사적인 영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 변호사는 “유출 등 피해발생 시 변경이 가능해야 하며, 주민번호 시스템 자체에 개인정보를 담지 않아야 하며, 개인정보를 모으는 집중관리 시스템으로서의 식별번호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민번호체계 개편이 전자주민증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번호는 평생 바뀌지 않고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영역에 들어간다”며 “특히 전자주민증은 신분증이 갖고 있는 목적 이상의 역기능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통계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