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이 우리나라 게임업계 지형도를 바꿔놨다. 온라인게임 주력 게임업체가 모바일게임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고, 모바일게임 히트작을 양산한 개발사들은 시장을 견인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으로 굳건한 입지를 점한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제외하면 모바일게임이 미래 성장을 가늠하고 기업의 시장 입지까지 바꿔놓는 영향력 큰 장르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주요 게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을 종합 분석한 결과, CJ E&M 넷마블이 네오위즈게임즈를 제치고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업계 4위로 올라섰다. NHN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네오위즈게임즈는 모바일게임에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5위로 내려앉았다. 온라인게임 중견 개발사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는 완연한 모바일게임 주력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정체하면서 지난해 온라인게임사들은 일제히 관련 매출이 줄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통적으로 이 시장에서 강점을 가져온 넥슨과 엔씨소프트만이 주요 인기작들의 활약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해 가장 눈부신 성장을 기록한 업체는 단연 CJ E&M 넷마블로 496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함께 차차차` `마구마구2013` `모두의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자체 개발 모바일게임이 연이어 흥행해 전년 대비 갑절 이상 늘어난 134% 고성장했다.
특히 넷마블의 모바일게임부문은 지난해 3분기 997억원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 1061억원을 달성해 분기매출 1000억 시대를 열기도 했다. 연간 게임 매출 중 총 3157억원을 모바일게임에서 확보해 6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게임 사업 성장에 힘입어 3위인 NHN엔터테인먼트를 위협하는 강력한 4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8월 1일부로 분사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약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돼 2012년 NHN한게임 시절 6084억원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638억원, 영업이익 268억원, 당기순이익 79억원을 달성했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신작 출시 효과와 모바일게임 `포코팡` 인기, 일본 모바일게임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온라인게임은 4.5%, 모바일게임은 17.1% 성장했다.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 시리즈로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모바일게임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지난해 각 분기별 매출이 590억원, 662억원, 547억원, 469억원으로 변동이 컸고 특히 4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모바일게임 효과를 누리지 못한 네오위즈게임즈는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발생한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지난해 `피파온라인2` 서비스 종료, `크로스파이어` 중국 계약조건 변경에 따른 실적 타격을 입었고, 여기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자구책을 모색했다. 지난해 네오위즈게임즈는 매출 4429억원, 영업이익 959억원을 달성했으나 모바일게임 비중은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기존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 넥슨은 일본과 북미 성적이 저조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1553억엔(약 1조6386억원), 영업이익 507억엔(약 5349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각각 43%, 7% 성장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중국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리니지` 매출이 최대기록을 갱신한데 힘입어 매출 7566억원, 영업이익 205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0.42%, 35.69% 성장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넥슨은 일본과 한국에서 투자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들과 자체 개발작을 중심으로 올해 이 사업에 좀 더 속도를 낸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등 기존 강력한 온라인게임 지식재산(IP)을 활용해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이며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히트작 양산 여부에 따라 분기별 성적이 큰 폭으로 달라지는 등 변화가 심해졌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새로운 동력을 찾는 기업이 많아진 만큼 올해 한국 게임사들의 순위 변동에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 분야에 치우치는 현상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온라인게임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커졌다”며 “온라인·모바일 두 분야에서 고르게 성적을 내는 것이 게임업체들의 중요한 숙제”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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