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 효율 등급 제도 까다롭게 고친다

유럽연합(EU)이 가전제품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을 까다롭게 바꾼다. 대부분 가전제품이 A등급을 받아 변별력이 떨어지고, 일부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까지 높은 등급을 받아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 탓이다.

13일 유로액티브에 따르면 네덜란드 유명 컨설팅 기업 에코피스(Ecofys)는 EU회원국 정부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 개선에 착수했다.

현재 EU는 친환경 에너지 효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조사가 그에 해당하는 등급 라벨을 자율적으로 제품에 붙여 출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친환경 가전제품은 등급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에코피스는 유럽 시장에서 에너지 등급 라벨을 단 가전 중 약 10%가 기준에 미달한다고 추정했다. 에코피스는 앞으로 기준에 미달한 가전은 제품이 손실한 에너지 가치만큼 벌금을 부과하는 규제를 제안했다. 또 등급을 속인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상황에 따라 제3자 확인 같은 선택적 대책도 마련도 촉구했다.

에코피스는 또 에너지 등급 제도의 전면적 재검토도 제안했다. 현재 세탁기는 시장에 나온 모든 제품이 A등급이다.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가장 효율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안드레아 보이트 유럽 에너지 및 환경산업 파트너십(EPEE) 국장은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더욱 강한 시장 감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쉬와 지멘스, 일렉트로룩스 등 유럽 기업은 EU의 방침에 즉각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EU는 1990년대 중반부터 냉장고나 세탁기, 전기오븐 등 가전제품에 대해 에너지 등급 제도를 제정해 녹색의 A등급부터 적색 G등급까지 구분해 표시한다. 이후 가전제품 대부분이 A등급을 받자 EU집행위는 2009년부터 A등급에 + 등의 기호를 덧붙이는 `비욘드 A` 제도를 채택했다. EU는 에너지 등급 제도가 친환경 가전 소비 촉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오는 2016년부터 전기 히터에도 색깔별 에너지 효율 등급을 표시할 방침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